
언제부터인가 자취집에 개미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첨엔 몇마리가 양식 좀 구하려고 왔나싶어 나뒀더니 몇일이 지나자 그 수가 점점 불어나 급기야 기나긴 개미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랄까 ‘6.25 피난민들의 행렬이 아마 이랬을거다’ 싶을 정도로 긴 줄을 이루어 열심히 뭔가를 나르고 있었다. 그놈들중에 몇놈은 내 몸으로도 기어오르고 몇놈은 나를 물기까지 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무시하는 개미이지만 난 나름대로 개미를 존중해왔고 길을 걸어갈때도 개미를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하곤 했었다. 하지만 점점 불어나는 개미를 보니 룸메가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더이상 두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날 약국에서 개미컴배트를 사와서 바로 2개를 설치했다. 설치를 하고 한 이틀이 지나니 개미가 확실히 눈에 띄게 줄어드는게 보였다. 그 많던 개미행렬이 더이상 보이지 않고 가끔씩 몇마리만이 마치 길을 잃은 피난민처럼 돌아다닐 뿐이었다.
설치 후 경과를 생각해볼때 아마 몇마리의 개미는 독먹이를 가져갔을테고, 그 정보가 전달되어 더 많은 개미들이 독먹이를 가지고 갔을꺼다. 그리고 그 먹이는 여왕개미에게까지 전달되어져 결국에 왕국을 이루고 있던 그 개미집은 그야말로 거대한 무덤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약에 써있던 설명서에도 분명히 그런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우울해졌다. 내가 도대체 무슨짓을 한걸까… 하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들은 지하 어두컴컴한 곳에서 잠들어 있는것이다. 자신들이 죽어야 했던 이유도 모르고 그저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그들의 기나긴 행렬은 볼 수 없다. 나는 기뻐해야 하는것일까.
안좋은건 그 시체가 다른 벌레를 꾀어들이고; 그렇게 먹이사슬이 몇대가 지나가고 나면 그 약에 면역을 가진 벌레가; 그 기숙사에서 살고 있게 되는겁니다[먼산]
들어올만한 다른 벌레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빨리 자연부패하기만을 바래야겠군요.
(상지입니다.ㅎㅎ) 난 베르나르베르베르 ‘개미’ 그거 읽고는 한동안 개미를 못 죽이겠던데. 그치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아무렇지 않더군. 한때의 감상때문에 좀 우울하겠지만 괜찮을거야. 이기적으로 살아가는게 모든 생물의 특성일지도.ㅎㅎ
내가 소설 ‘개미’를 봤을땐 어렸을때여서인지는 몰라도 개미를 죽이는데 꺼려지진 않던데… 어릴때 여왕개미 잡아보겠다고 개미집 싹쓸이한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그리고 이건 감상정도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닌것같다. 개미에겐 생존과도 관계된 문제인데 그것을 ‘감상’이라고 하면 사치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