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고나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생각났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든가 주인공이 끊임없이 구역질을 느낀다는 것, 1인칭시점등등 많은 것이 비슷한 느낌이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주인공은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호밀밭파수꾼’의 콜필드는 수시로 자기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물론 좋은 감정보다는 사물에 대한 비꼬기같은 좋지 않은 감정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것은 한 때 우리가 느꼈던 그런 감정들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10대시절의 이유없는 반항, 염세주의, 목표의 상실… 그런것들이 맞물려 세상은 아름답기보다는 추해 보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보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콜필드는 주변의 누구보다도 cynical하다.
어린 시절(지금도 어리지만)의 나 또한 무척이나 그랬다. 괜히 세상엔 왠지 비리가 가득한 것 같고, 호의적인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고, 누군가를 따돌리고 싶고, 이것 저것 시비를 걸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치기같은 것일 수도 있다.
난 어릴때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게 있다면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깨닫기 보다는 그냥 그렇다고 체념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에게 콜필드는 호밀밭의 허수아비로 보였다.
그는 정말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그리워하지만 그의 행동이나 생각으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허수아비가 되고 만다.
그런 그에게 동생 ‘피비’는 탈출구다. 한없이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는 오빠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피비밖에 없다.
‘피비’는 오빠에게 좋아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말 해 보라고 한다.
콜필드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지키고 싶기에 호밀밭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맹목적으로 그 자신을 사랑해주는 동생이 있기에 콜필드는 마음을 다잡는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왠지 우울해졌다.
그건 홀든 콜필드의 생각이나 행동을 하나도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고 내가 거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콜필드처럼 우울하고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느끼며 살았던 건 아니다.

어느 누군가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홀든 콜필드의 영혼을 진정으로 catch해 주길 바라며 책을 덮는다.

인상깊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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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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