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처음엔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인줄 알았다.
물론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는 있다. 나로써는 재일한국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처음이었으며, 그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사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재일한국인으로써의 한 청소년이 재일한국인으로써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여러부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꼽자면 주인공이 여주인공과 자기전에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밝히는 부분, 밝히고 나서의 여주인공의 반응.. 이 무척 흥미로웠다.
정말 기가 막히는 부분이었는데 조금전까지만 하더라도 육체를 섞고자 할 정도로 사랑하던 사람이 재일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것만으로도 괴물이 되어 버린다. 그녀가 밝혔듯이 머리속에선 이해가 되지만 몸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한계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든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때 그 자체를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건을 보고, 미래를 보고, 뿌리를 보고 그런 뒤에 사랑한다. 그녀에게 한국인은 더러운 피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기에 그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도로 그녀는 그와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편리한가. 사랑이라는 것은 고작 몇몇 이기적인 벽앞에서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 버리는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은 화해한다.
주인공은 소리지른다. 자신은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고 에일리언도 아니라고…
그는 그일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일뿐이다. 그리고 사랑하면 그만이다.
그뿐이다. 그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조건이다.

단순하지만 쿨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레이


재즈뮤지션인 찰스레이의 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인 영화다.
2시간30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레이의 어린시절부터 최고의 인기를 얻을때까지의 모든것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다.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레이의 명곡들은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눈과 귀는 무척이나 즐거웠지만 몇몇 단점도 눈에 띄는 영화였다.
우선 감독은 이 영화를 전기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에 시달린듯하다(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이 영화에는 레이가 상당 부분 참여했다고 하며, 그의 조건은 자신의 삶의 모든 부분을 가감없이 넣어달라는 것이었다고 함).
쉴새없이 년도를 보여주고, 레이의 생각이나 사고가 형성된 이유를 그의 유년시절에서 찾아 화면을 시도 때도 없이 바꿔가며 과거로 돌아간다. (이때문에 한참 감정이입되던게 수시로 끊겼다)
레이의 사생활도 잘 묘사하긴 했지만 그것이 여자문제와 마약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도 약간 불만이다.
레이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영화라면 난 그의 음악적인 성과에 대한 부분과 그의 생각에 대해 더 깊게 묘사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마약과 여자문제만이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쪽부분에 대한 묘사가 심했던 것 같다.

레이역을 연기한 주인공은 마치 그인듯 자연스런 연기를 펼쳐 보는 순간순간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게 했으며, 립싱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좋았다.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티비나 라디오를 통해 수시로 듣었지만 누구의 연주인지는 몰랐던 곡들이 흘러나와 놀라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어머니는 말한다.
‘레이, 마음의 불구가 되지는 마.’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비록 장님일지언정 마음의 불구가 되서는 안된다는 그의 어머니의 말, 멀쩡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불구인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듯한 이 삭막한 세상에 레이의 음악은 위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