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MIX DMC-GX1

간만에 카메라를 샀다. 400D를 팔아버린 후 웬만하면 똑딱이만 쓰기로 다짐했기에 2년전 샀던 니콘 P300을 꽤 잘 써왔다.


P300은 똑딱이 치고 굉장히 밝은 렌즈(F1.8)를 채용해 실내에서 쓰기에도 좋았고, 무게나 크기도 400D에 비교가 안되었다.


하지만 똑딱이는 역시 똑딱이였고, 지름신은 나를 미러리스 세계로 인도했다.


 



 


파나소닉 GX1. 원래 올림푸스 E-PL3를 구입하려 했으나 GX1 가격이 정말 매력적이었기에 망설임없이 파나소닉으로 왔다. 2년전 P300을 살때 30만원 정도를 줬는데 미러리스가, 그것도 보급기종도 아닌 것이 바디만 31만원… 미러리스의 메리트인 사이즈를 살리기 위해 줌렌즈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므로 바디만 따로 구입했다.


 



 


작고 아름답다.


 



 


 



 


따로 구입한 20mm(F1.7). 마포의 축복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좋다… 걍 막 찍어도 잘 나온다. 이 사진을 찍고 난 뒤 P300은 구입가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바로 팔아버렸다. 니콘 안녕.

안도현,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윈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부안읍에서 버스로 삼십분 분쯤 달리면


객짓밥 먹다가 석삼 년 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 바다가 보일 거야


먼 데서 오신 것 같은데 통성명이나 하자고,


조용하고 깨끗한 방도 있다고,


바다는 너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 던지면 돼


모항에 가는 길이라고 말이야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 이 길은 말하자면


좌편향과 우편향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에 나섰다가 지친 너는,


너는 비록 지쳤으나


승리하지 못했으나 그러나, 지지는 않았지


저 잘난 세상쯤이야 수평선 위에 하늘 한 폭으로 걸어두고


가는 길에 변산 해수욕장이나 채석강 쪽에서 잠시


바람 속에 마음을 말려도 좋을 거야


그러나 지체하지는 말아야 해


모항에 도착하기 전에 풍경에 취하는 것은


그야말로 촌스러우니까


조금만 더 가면 훌륭한 게 나올 거라는


믿기 싫지만, 그래도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 거야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넣어 섞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줘야 아나?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2012.12.19.


 


3번의 티비토론을 보고, 찬조연설을 봤다. 이번에야 말로 승리를 예감했다.


하지만 맘 한구석을 불편하게 했던 불안한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노인이 전쟁을 결정하고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죽는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자들은 꼭 그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거치며 생각한 민주주의의 맹점은 반성하는 자들도 같이 댓가를 치루게 된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5년 더 악몽과 같은 이 곳에서 버텨야 한다.


잠시나마 희망을 갖게 해주신 문재인의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