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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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공개된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때 ‘가을로’라는 단어가 지닌 묘한 끌림과 함께 나무 옆에 기대 앉은 유지태의 슬픈 얼굴을 보고선 언젠가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타이틀처럼 가을에 봐야 할 작품이었지만 역시나 어영부영하다가 결국은 한겨울에 보고 말았다.

영화 마지막에 현우의 장인은 말한다. 나침반의 양끝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그 둘이 다른 세상에 있는건 아니라고. 그러니 그만하면 이제 됐다고.
또 민주(김지수)는 새로 포장한 은행나무길을 보며 전에 있었던 길들의 추억이 다 이 밑에 있지만 사람들은 그 추억을 앉고 또 이 새 길을 달릴꺼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우(유지태)와 세진(엄지원)은 그 길을 걸어간다. 영화는 끝난다.

‘가을로’는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유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이들을 쓰다듬고 위로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 사람과 공유하던 모든 추억들은 여전히 남아있지 않냐고. 그러니 살아있는 자들은 그들과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혀 진부하지 않은 이유는 삼풍백화점 사고의 무게가 아직도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별로 많은 말을 하는 영화도 아니고, 어찌보면 관광청 홍보 비디오라고 봐도 될 정도로 풍경을 잡는데 신경을 쏟았기에 이야기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지루한 작품이겠지만 풍경과 스토리, 캐릭터가 묘하게 어울린 괜찮은 작품이었다. 한국의 가을 풍경들은 압권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편안했다. 유지태는 ‘야수’와 ‘봄날은 간다’의 이미지가 느껴졌다. 유지태라는 배우가 그리 입체적인 배우는 아니기에 그런것 같다. 김지수의 웃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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