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펀트’는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처럼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영화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마이클 무어의 원맨쇼로 추척60분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앨리펀트에서 감독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사건전에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몇십분간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솔직히 좀 지루했다.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미건조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보여주기만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과도 많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총기가 마치 우리나라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듯 택배로 배달되는건 솔직히 한국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몇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목숨을 챙기기 위해 바쁠뿐 누가 죽었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들이 총기난사를 하기 전과 한 후에 달라진 점이라면 그저 몇명의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것 뿐이다. 감독은 이런 광경들을 놀랍도록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영화 처음에 나왔던 파란하늘을 다시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감독은 ‘엘리펀트’란 제목을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가해자들이 왕따였다는 사실과 미국에서 총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선생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같은 몇가지 사실들은 콜럼바인 사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사건을 분석하려고 해봤자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며 몇가지 말도 안되는 결론과 해결책만을 만들뿐이다.
그정도는 얼마전에 일어났던 김일병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어찌보면 김일병 사건은 콜럼바인 사건과 놀랍게도 닮아 있다. 일이 터진 후 언론과 군에서는 김일병의 성격, 게임을 좋아했다는 것, 병영환경, 가혹행위등의 몇개의 원인만으로 김일병이 그런 사건을 벌이게 된 이유를 분석하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는’ 분석방법이다.
그정도 분석밖에 못하니까 결국은 몇사람의 희생양만 만들어놓고 병영환경개선 따위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책 몇개 만들어 놓고 덮어두기에 바쁘다.
이런 사건들에서 부분만 보고 전체를 인식한다는 건 무식한 일이다.
또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근시안적인 대처만을 계속한다면 이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