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back

잠깐 바람을 쐬러 삼척에 다녀왔다.
설악산은 수학여행때 잠깐 가본적이 있지만 삼척이란 곳은 처음이었다. ‘삼척’이라 하면 그냥 막연하게 석탄이 생각날 뿐 그다지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곳은 아니었다.
확실히 삼척이란 곳은 우리나라에 그런곳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깊고 깊은곳에 있었고(버스를 타고 갔기에 그런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산이 무척 많은 곳이었지만 약간은 특유한 강원도 사투리외에 사람들이 사는곳에서는 별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다.
말하자면 각 고장에 약간씩의 특색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뿌리마저 다른 느낌이 나는곳은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엔 없다. 서울이나 삼척이나 또는 독도나 다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삼척의 도계역에서 청량리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그곳에는 조금 특이한 것이 있었다.
바로 스위치백이라는 구간이다. 스위스같은 곳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라는데 기차는 철바퀴로 되어있어 경사를 오르는 힘이 자동차같은것보다 작다.
그렇기때문에 똑같은 높이의 경사라도 그 구간을 지그재그식으로 만들어 둔것이다. 보통의 자동차라면 지그재그라도 어떤 후진도 없이 길을 따라 가면 그만이겠지만 기차는 어느정도 각도이상으로는 꺾을 수 없다. 그렇기때문에 그 구간을 전진,후진을 반복하게 되는데 바로 이구간이 스위치백(switchback)구간이다.

처음에 스위치백을 경험했을때 나는 깜짝 놀랐다. 기차가 어느 예고도 없이 갑자기 뒤로 가는거다.(예고방송이 있었는데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못들었을수도 있다)
나는 잠깐동안이나마 긴장했고 경사가 심해 기차가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죽음’이라는 것까지 그것을 연결짓지는 않았지만 ‘사고’라는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것 아닌가?
기차는 점점 가속을 내서 뒤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꽤 오래 이어졌다. 그러더니 어느순간 갑자기 또 앞으로 달리는 것이다.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가다 뒤로 가다 또 앞으로 가다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열차 운행 방식이었다. 마치 바이킹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전진하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열차는 분명 앞으로 가고 있었다. ‘나한정’이라는 역을 분명히 지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진후에는 ‘흥전’이라는 역이 나타난 것이다. 그 역 벽면에는 이 곳은 국내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이라는 안내말이 씌여있었다. 난 그제서야 이곳에 뭔가 특이한 선로구성이 되어 있다는걸 깨달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더 자세한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엔 이런 곳도 있다. 그런데 2007년까지 철도청의 편의를 목적으로 이 구간을 없애고 다른 구간을 만든다고 한다. 물론 어느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해타산을 떠나서 그건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나만 해도 그 ‘스위치백’이라는 구간을 통해 삼척이라는 곳을 다른곳보다 특별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런 특이한 구간은 전세계에도 별로 없을것이다. 그런 특이한 구간을 그 고장을 홍보하는데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텐데 그걸 그냥 없앤다는건 점점 편의 위주로 변해가는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하다.

나는 멋진 건축물이나 특이한 곳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나라는 점점 모든것들이 비슷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것은 그것의 아름다움을 고려하지 않고 편의나 건축경비의 절감을 고려해 만들어지고 이는 곳 비슷비슷한 건물만을 양산해낸다.
가끔씩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어디있는지를 헷갈릴때가 많다. 모든것은 똑같이 생겼고 거기에 개성이란것은 없다.

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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