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영시간 138분… 일단 플레이타임 매우 길다.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렌스 피시번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말이 안나오는 출연진과 감독이다.
영화 ‘미스틱 리버’는 제목만큼이나 미스터리한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부분은 그 미스터리한 내용보다는 사건의 진행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다. 3명의 친구와 주변인물들간의 신경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쉽게 지루할 수도 있는 구성이며, 이 영화가 단순히 사건 진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엉뚱한 결말에서도 알 수 있다.
스토리가 그리 특이한 건 아니지만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일어나는 인물들의 갈등과 심리상태를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이 영화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세 친구가 헤어지게 된 배경은 오래전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데이브 보일은 어린 시절 2명의 변태들에게 끌려가게 되고 그때부터 세 친구는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된다.
다시 현재…
지미 마컴(숀펜)의 딸은 누군가에게 누군가에게 권총으로 살해당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다시 세 친구는 모이게 되고, 거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숀펜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라 할만하다. 그가 그의 딸을 찾아냈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을 보려 발악할때 경찰들이 제지하는 장면에서의 그의 연기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지면의 90도로 카메라가 따라간 장면이 있었는데, 그 각도에서 그를 둘러싼 경찰들과 숀펜의 절규는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는 영화 내내 냉소적이면서도 딸의 살해범을 찾아내려는 진지한 열정을 가진 아버지역을 잘 연기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아동성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중년을 연기한 팀 로빈스(마치 히딩크를 닮았다고 느낀)의 연기도 좋았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모든 것이 빠져나간 듯 체념한 체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한 아이의 아버지역이었는데 그의 계속되는 자괴심은 영화종반까지 범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었다(물론 감독이 그렇게 쉽게 범인을 노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역을 맡은 케빈 베이컨의 중립적인 듯 하지만 친구간의 관계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도 좋았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지미 마컴이 직접 이야기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영화 종반 언제 데이브를 마지막으로 보았냐는 숀의 질문에 그는 어렸을 적 경찰차안에서 뒤를 쳐다보던 데이브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한다.
지미도 그렇지만 숀도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서 그를 지웠고, 진정한 의미로써의 데이브는 떠나보낸지 오래다.
누구든 상대방이 실제로 죽었든 아니든간에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면 그는 이미 내겐 죽은거나 마찬가지다.
감독은 이 주제에 대해 약간은 강박관념이 느껴질정도로 각각의 인물에게서 모두 이 주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지미는 이미 데이브를 지웠고, 데이브는 많은 사람들을 지웠다. 숀은 노골적으로 영화 종반에 그의 아내에게 ‘내가 널 보냈어’라고 말하며 그가 그녀를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 보냈음을 시인한다(사실 그의 아내는 영화의 진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초중반까지는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오히려 혼란만 가져왔다).
그리고 데이브의 아내는 그의 남편을 믿지 못하고 지미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말함으로써 그를 마음속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떠나 보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지미의 아내는 영화 마지막 퍼레이드장면에서 냉소적이면서도 외면하는 듯한 눈길로 데이브의 아내를 그녀의 마음속에서 떠나보낸다.
감독 ‘클린트이스트우드’는 모든 진실을 강속에 던져 넣는 지미를 통해 인생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는것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물에 무언가를 던져넣으면 우리는 그것이 없어졌다고 착각할지도 모르지만 진실은 바로 거기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강줄기마냥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미스틱 리버에서 음악은 가끔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음악만을 놓고 본다면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감독의 중립적인 시선과 차분하게 내용을 이끌어가는 진행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