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스파월드에서 대충 몸을 씻고 체크아웃한 뒤에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교토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마 일본인이 오사카에서 교토를 신칸센으로 간다면 돈지랄이라는 소리를 들을지 모를 정도로 가까운 거리지만 우린 JR패스가 있기에 신칸센으로 교토로 가기로 했다. 신칸센은 신오사카에서 서기에 오사카의 코인락커에 짐을 모두 넣고 전철로 신오사카로 이동했다.
우리가 탈 신칸센 히카리레일스타는 신칸센중에 가장 빠른 신칸센 노조미의 다음 클래스. 노조미는 주로 오리주둥이를 닮은 외형을 하고 있는데 히카리는 거의 이런 모습으로 KTX와 비슷한 느낌.
도쿄로 향하는 히카리는 10시 19분 출발이다. 쿄토까지는 약 15분쯤 걸린다. 신칸센을 처음 타보고 느낀건데 실내가 정말 넓다. 신칸센 내부는 5열 배치인데 3열, 2열이 붙어있는 식이다. KTX는 4열 배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칸센의 내부가 훨씬 넓어 보인다. 또 내부는 물론 외부조차 무척이나 깨끗하다. KTX는 운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내부의 에어콘부분이나 외관은 이미 먼지가 끼어 더럽지만 신칸센의 내부와 외부는 맨날 닦기라도 하는지 반짝반짝거린다. 정말 이 부분은 우리나라 철도공사가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쿄토역에서 몇 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히가시혼간지. 히가시혼간지의 본당은 목조건물로는 일본 최대라는데 보수공사중이어서 못봤다. 절에 관심이 남다른 것은 아니기에 그냥 한번 둘러보고 절안에서 계속 앉아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은 대부분 산에 있지만 히가시혼간지는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사람도 많고, 쿄토탑이 보이는 경치는 기존의 절의 느낌과는 색달랐다. 역시 절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가족이나 30대중반이상의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것 같았다.
히가시혼간지와 도로 사이에는 물이 채워져 있고 거기엔 잉어가 산다. 그 잉어가 어찌나 큰지 거의 상어 수준이다. 그중에는 허리가 휜것도 있는데 도심이어서 그런지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아 그런것 같다. 저멀리 쿄토타워가 보인다.
히가시혼간지에서 청수사로 가기 위해 길을 걷던 중 발견한 횡단보도. 일본에서는 심심치 않게 이런 횡단보도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만든 일본이 이상한건지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건지 알 수가 없었다.
청수사로 가는 길은 JR이 없기에 우린 걷기로 했다. 어느정도 방향을 설정하고 걷는데 이놈의 청수사가 나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 청수사는 산에 있기때문에 산을 찾아보았는데 산도 보이질 않는다. 정말 죽도록 걸었다. 일본은 오봉이기에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차만 많이 보여서 길을 묻기도 힘들었다. 길을 가다 어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정말 친절하게 가는 길을 알려준다. 방향을 재설정하고 다시 걸었다. 계속 걸었는데 안보인다. 그래서 다시 길을 걷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옆에서 버스타고 가란다. OTL 결국 버스탈꺼 삽질한 시간이 무척이나 아까웠지만 더 걸을 힘도 없었기에 버스에 올라탔다. 일본버스는 뒤에서 타고 내릴때 돈을 내는 방식이다. 처음엔 신기해서 이것저것 둘러보았는데 한국의 버스와 다른점은 운전사가 정복을 입고 있다는 점과 난폭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버스안에는 지폐를 동전으로 바꿀 수 있는 기계가 있다. 아무튼 버스로 청수사앞에 도착했다.
교토에 가면 꼭 가본다는 청수사는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한다. 우리가 간 날은 날씨가 흐려서 아쉬웠지만 사람은 정말 엄청나게 많았고 절의 규모도 컸다. 청수사의 입구에는 붉은색의 문이 있는데 일본보다는 중국이나 한국의 느낌이 많이 났다.
절 뒤의 나무들은 마치 밀림의 나무처럼 잔가지도 없고 쭉쭉 뻗어있었다.
청수사에는 3줄기의 약수(清水)가 흐르는데 왼쪽은 지혜, 가운데는 사랑, 오른쪽은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물을 한번 받아마시기 위해선 엄청난 줄을 서야한다. 그래서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하다 왔는데 지금은 좀 후회가 된다.
청수사앞에서 시주를 받고 있는 스님. 같은 자세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있는데 정말 내공이 느껴졌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우리나라의 인사동거리와 비슷하게 전통음식과 부채, 장식품등을 파는 거리가 있다. 길은 두갈래로 나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 길만 가봤다. 이 거리로 내려가다가 떡도 얻어먹고 신기한 것들도 많이 구경했다. 물론 사람 구경을 가장 많이했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이 거리에는 일본적이고 아름다운 장식품들을 많이 팔고 있지만 가격을 보면 배낭여행객이 사기에는 좀 부담되는게 사실이다.
청수사에서 내려와 길을 걷다가 발견한 거리. 유명한 거리라는데 명절이라 그런지 거의 다 문을 닫고 사람도 별로 많지는 않았다. 건물은 거의 목조건물이어서 일본의 옛시절을 느낄 수 있도록 해놓은 것 같았다.
이 거리를 지나 천이 흐르는 곳까지 걸어갔다. 천을 따라 길을 걷는데 도로변인데도 몇백미터에 이르는 조용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산책하듯이 교토역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길을 걷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일본인들이 많아 느긋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교토역앞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국물이 없는 면이었는데 어찌나 느끼하던지 억지로 먹고 밖으로 나와보니 벌써 오사카역으로 갈 시간이다. 교토역은 어찌나 크고 현대적인지 역을 쳐다보자마자 주눅들어 버렸다. 교토역 바로 앞에는 교토타워가 있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칸센을 타고 다시 오사카역으로 돌아왔다. 새벽에 야간열차 ‘선라이즈익스프레스’를 타야하므로 그때까진 오사카역앞에서 놀아야 했기에 yodobashi-umeda가 보이는 그 육교로 다시 갔다. 물론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늦은 시간이었지만 몇팀의 공연이 공연중이었는데 한 그룹의 공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좀 뻘쭘하긴 했지만 보컬이 여자였기에(!)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도 없더니 구경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가고 야경과 음악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듣고 즐기다가 싱글씨디도 거금 1000엔에 구입하고 보컬과 사진도 같이 찍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오사카의 야경을 감상하다가 12시가 다 된 시각에 오사카역으로 향했다.
선라이즈는 침대특급으로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지만 동경까지 잠자면서 가기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오사카역에서 한 20분쯤 기다리니 선라이즈가 도착했다.
선라이즈의 노비노비(뒹굴뒹굴)좌석은 2층으로 되어 있고 누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선라이즈의 외관은 물론 내부의 편의시설도 최고다. 내부의 편의시설은 신칸센보다도 좋아 보였다. 바닥에는 카펫같은 것이 깔려있고 덮고 잘 수 있는 이불이 제공된다.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이미 몸은 녹초 상태이기에 잠은 잘 왔다.
3일이나 머물렀던 오사카를 떠나는 선라이즈에서의 저녁이 지나가고 있었다. 선라이즈는 우리가 자는동안 도쿄를 향해 나아간다.
원래 오사카에선 하루만 머물 예정이었지만 나가사키로의 일정이 취소되어 오사카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USJ. 주말이고 또 그다지 일본적인 곳은 아니기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하루를 유니버설에 올인하기로 했다.
대충 굉장히 느끼한 우동 한그릇(270엔)을 먹고, 한뀨전철(사철)을 타고 우메다역으로 돌아왔다. 토요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고 그중에는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의 게이도 눈에 띄였다. 아무튼 코인락커에 짐을 넣고 USJ로 향했다.
다행히 유니버설시티역은 JR선이라 돈을 낼 필요가 없었다. USJ는 전세계에 세곳이 있다는데 헐리우드와 플로리다에 이어 일본이 3번째라 한다. 유니버설시티역의 전철은 스타일도 특이하다.
USJ의 1day ticket은 5500엔이다. 학생할인 되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안된단다. 일본에서 돌아다녔던 곳중에 입장료가 가장 쎘기에 무조건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솟구쳤다. 입구에는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계속 돌고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터미네이터2:3D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문이 열리더니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키티를 주제로 한 퍼레이드였는데 저 사람들 어찌나 잘 놀던지 별 포즈를 다 취하고 혼자 우리를 향해 키스하기도 하는등 난리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 한개를 관람하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터미네이터2는 터미네이터2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리지널 무비를 3D와 함께 실제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꽤 특이한 방식이라 인상깊었다.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고 의자가 덜컹거리기도 했다.
그 다음에 들어간 곳이 쥬라기공원이었는데 USJ의 가장 끝에 있어 그런지 사람이 다른곳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USJ는 기다리는 곳에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해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쥬라기공원은 정글의 분위기가 나도록 만들어 놓아 덥지 않아 좋았다. 쥬라기공원은 후룸라이드를 타고 공룡이 사는 공원을 돌아다니는 건데 공룡의 디테일도 꽤 괜찮고 어떤 공룡은 우리에게 직접 독침(물)을 쏘기도 했다. 쥬라기공원의 하이라이트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얼굴이 우리를 쏘아보고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건데 이때까지 이렇게 경사가 크고 긴 후룸라이드는 처음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타는 느낌이었다.
쥬라기공원 다음에는 줄이 가장 길어 보이던 죠스였는데 한 2시간쯤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리던 중 만난 아이들은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호흡이 꽤나 힘들어 보였다.
2시간이나 기다려 탄 죠스는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건데 불 몇번 지르고 죠스 몇번 돌아다니다가 끝나버려 USJ에서 경험한 것중에 가장 허무했다.
그 다음에 스파이더맨에 가봤는데 대기시간은 좀 있었지만 쥬라기공원 다음으로 최고였다. 라이드를 타고 3D로 진행되는 도시에서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감상하는 내용인데 어찌나 리얼하던지 깜짝 놀랐다. 적이 불을 이용한 공격을 할때는 더운 열기가 느껴지고 물을 이용한 공격을 할때는 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 다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인 백투더퓨처였다. 백투더퓨처관 앞에는 실제 박사를 꼭 빼닮은 사람이 나와 드로리안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일본어’로 연기중이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백투더퓨처관은 대기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내용은 이전의 것들에 비하면 단순했다.
잠시 쉬고 있으니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좀 정적인 공연이라 재미는 별로 없었지만 퍼레이드의 마지막에 출현한 슈렉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들어가 본 곳이 ET였는데 아름답긴 했지만 좀 유치해서 그다지 즐기지는 못했다.
ET를 구경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이 오고 있었다. USJ의 야경은 그야말로 최고다. 어디를 찍어도 작품사진이 나올정도로… 저녁이 되니 연인이 더욱 눈에 띄어 남자 셋이 온 우리들은 좌절하기도 했다.
8시반부터 중앙의 호수에서 공연이 펼쳐지기에 한시간정도를 앉아서 기다렸다. 이 공연이야말로 USJ의 하이라이트라 할만 했는데 킹콩이 건물위에 출현하기도 하고, 신나게 댄스공연을 하고, 호수위로 공룡이 출현하고, 보트에 매단 연이 호수를 빠르게 돌기도 하고, 멋진 불꽃놀이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정말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워서 이것 하나만으로도 USJ에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USJ는 폐장시간이 저녁9시이기에 이 공연을 끝으로 나와야 해서 절반도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USJ에서 느낀점은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예로 ET를 주제로 한 관에 들어갔을때 직원이 이름을 물어보는데 처음엔 그냥 설정상 물어보는것이려니 했다. 근데 나중에 ET가 직접 이름을 불러줘서 놀랐다. 또 일본 어디에서나 느낀점이기도 하지만 USJ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돋보였다. 휠체어를 빌려주기도 하고 공원안내도에는 장애인이 출입가능한 곳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USJ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개를 좋아하는 일본인에 대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개와 함께 출입가능한 곳도 알려주고 있었다.
USJ에서 우메다로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우리가 갔던 곳도 음식을 시켜 먹고 있으려니 점원들이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튀김과 우동을 반찬으로 한 음식을 먹었는데 좀 짜고 느끼해서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지만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잠을 청하러 간 곳은 ‘스파월드’….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오는 곳이다 하룻밤 잤는데 4000円. 덜덜덜… 겨우 씻고 잠만 자는데 스파월드를 찾아간 것 자체가 실수였다. 스파월드는 세계최대급의 욕탕이라는데 그렇게 큰 온천은 처음 봤다. 무슨 온천이 빌딩 하나를 다 쓰는지… 짝수달은 남자가 유럽탕, 여자가 아시아탕이라서 유럽탕에서만 씻었는데 정말 크고 좋았다. 왕이 된 기분이랄까… 다양한 분위기의 탕이 여러개 있고 노천탕도 있었다. 수영장도 있다는데 졸려서 가보지를 못했다. 잠자는 곳은 이전에 갔던 온천보다는 별로였지만 피곤해서 이내 곯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