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만들고 계획을 짜고 짐을 꾸리고… 그리고 9일간의 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런 저런 이유를 달고 가진 않았다. 그냥 단조롭게 이어지는 생활이 답답했을 뿐이었고 그래서 몇몇이 의기투합해 떠났을 뿐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단순히 ‘떠났다’로만 여행을 한정지어버리는 것은 싫었다. 사실 어디로 여행을 떠나든간에 ‘무엇무엇을 하러 여행을 간다’라고 목적을 만드는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여행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 싫다. 그렇기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첫째, 사물 재발견하기
여행, 특히 외국여행에서 더 느끼기 쉬운점이라고 생각한다. 음료수, 길거리, 가로등 하나까지 새롭게 느껴보는 것은 정말 좋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주위의 모든 사물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그러면서 나자신이 무감각해지는것 같았다. 무감각해진다는 것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흥미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그래야 하루하루가 즐거운데 학기중에는 그러지 못했다. 일본여행중에는 라면 한그릇과 사람들의 행동,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신호등 하나도 새롭게 느껴볼 수 있었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조르바가 되고 싶었다. 내가 느끼는 것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길 바랬고 그로 인해 나 자신도 살아있음을 느끼길 바랬다.
둘째, 각성하기
같은 돈을 가지고 태국으로 갔다면 훨씬 더 즐겁게 놀다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일본에 간 이유는 일본이 선진국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일본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고, 옛부터 일본을 왜로 부르며 무시했기에 나도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가서 직접 느낀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선진국이라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건물이나 그들의 예절과 질서, 분위기등 그들의 문명에는 분명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다못해 놀이공원 하나에서도 우리나라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접 보고 느낀 몇가지만으로 그 나라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다. 그 분위기를 통해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는 걸 느꼈다. 우리나라가 아직 멀었음은 나 자신도 아직 멀었음을 의미한다. 정말 갈길이 멀다는 걸 느꼈다.
셋째, 그냥 즐기기
어쩌면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여행 자체를 즐기고 싶었다. 특히 외국이었기에 그들의 문화를 즐기고 싶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강국인만큼 지브리뮤지엄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지브리애니메이션을 좀 더 즐기기도 했고, 오사카에서는 인디밴드의 음악과 야경에 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짜고 느끼한 그들의 음식을 매번 즐겼고, 놀이공원에서 맘껏 놀기도 했다. 기차를 질리도록 타면서 기차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다. 힘들게 걷는것조차도…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다’라고 무라카미류는 말했다. 즐겁지 않았다면 9일동안이나 걸어다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때 짜증났던 것들도 지금은 즐거운 기억이다.

다음은 일본에서 느끼거나 관찰한 것들
– 밤새고 노는 문화가 별로 없는 듯 하다. 9시정도만 되도 시내의 거리는 한산해지고 불은 하나둘씩 꺼진다. 한국과 일본 어느것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 친절과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이 친절하다. 정말 거리를 다니면서 부담되는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그냥 다녀도 될것을 매번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양보한다. 무뚝뚝한것보다는 이쪽이 나아보였다.
– 밥을 사 먹을때 거의 덮밥위주로 밥위에 얹은거랑만 먹는다. 반찬은 따로 없고 따로 먹으려면 돈을 주고 사야된다. 또 개인적인 문화가 발달돼 있어 시내에는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고 그렇기에 식당도 굉장히 조용한 경우가 많다. 서서 밥을 먹는곳도 많다. 우동등 간단히 먹는 경우에는 서서 먹는 경우가 많았고 나도 서서 먹었던 적이 있다.
– 음식점에는 여자가 별로 없다. 이상하게 우리가 그런곳만 찾아간건지는 몰라도 음식점에는 거의 남자뿐이었다. 반면 커피점에는 여자가 굉장히 많다.
–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젊은층은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
– 어른들이 만화를 즐긴다. 만화를 보는 나이든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일본은 만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만화를 즐기는 것 같다.
– 우리나라보다는 간판에 자국어가 많은것 같다. 우리나라같은 경우 맥도날드가 한국말로 적혀있는 곳은 없지만 일본의 경우 맥도날드도 일본어로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 우리나라에서 전철은 거의 지하로 다니지만 일본에서 전철은 거의 지상으로 다니는 느낌이다. 많은 곳을 다녀보진 않았지만 오히려 지하로 다니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지상으로 많이 다녀서 경치 구경하기에는 좋았다. 최소한 서울의 지하철처럼 쳐다볼 곳이 없어서 뻘쭘하지는 않으니…
– 길거리에 가로등을 잘 켜지 않는다. 물론 시내의 경우 켜져 있지만 동네같은 경우 가로등을 거의 켜지 않는다.
– 여자들이 굉장히 예쁘다. 일본에 가기전에 일본여자들은 다 못생겼다고 들었는데 거짓말이다. 정말 거의 다 예쁘고 말랐으며 볼륨이 있는 여자가 대부분이다. 다만 한 일주일 보다보니 스타일은 다 거기서 거기 같았다.
– 도시 자체는 굉장히 활발하지만 개개인은 외로워 보인다. 물론 일주일정도 다닌거 가지고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느낌은 그래보였다. 전철안에서도 외로워보이는 사람이 많았고 길거리에서도 그랬다. 밥 먹을때도 그랬다.
– 남녀 구분 없이 담배를 많이 핀다.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여자가 담배를 펴면 좋지 않은 눈으로 보는 어른들이 많지만 일본은 그런것이 없나보다. 그냥 대놓고 부부끼리 맞담배를 피우고 여자들끼리도 모여서 담배를 많이 핀다. 물론 담배는 좋은 것이 아니므로 좋은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 사거리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횡단보도를 두번 건너야 대각선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일본은 대각선으로도 횡단보도가 있어 한번에 갈 수 있어 편한 곳이 많았다. 특히 시부야의 경우 그런 길이 굉장히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 기차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나라야 새마을, 무궁화, KTX가 거의 전부지만 일본의 경우 고속전철인 신칸센의 경우만 하더라도 노조미, 히카리, 고다마등으로 다양하고 그 아래에도 특급, 급행, 쾌속등으로 레벨이 다양하다. 다양한 레벨만큼이나 외형도 무척이나 특이한 경우가 많아 철도왕국다웠다.
– 신호등 대기 시간이 짧다. 대기 시간이 짧기에 거리를 건너는데 별로 안 기다려도 편하게 건널 수 있었다. 거의 다음 신호등을 만나도 바로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는 지능형 신호등을 만든다는데 몇일 거리를 다녀보니 보행자의 편의에 참 신경을 많이 쓰는것 같았다.
–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다.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같은 경우도 장애인을 위한 버튼이 있는 곳이 많았고 육교같은데는 점자처리가 되 있거나 길거리의 안내판에도 점자처리가 있는 곳이 있어 놀랐다.
– 플랜을 짜는걸 좋아하는 것 같다. 후지큐하이랜드에서는 내년에 만들 롤러코스터는 물론 2050년에 만들 롤러코스터까지 선전하고 있었다. 2050년이야 그냥 우스개인지는 모르지만 놀라웠다. 그밖에도 몇년뒤, 몇십년뒤를 위한 계획을 많이 만들고 있는것 같았다. 단순히 자신들만 잘 사는것외에도 후세를 위한 계획도 함께 준비하고 있는것 같아 부러웠다.
– 길거리가 굉장히 깨끗하다. 한국이야 조금만 걷다가도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일본의 거리는 정말 깨끗하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라도 버리기 민망할 것 같았다. 청소부가 많은것 같지는 않았다. 나중엔 거리를 다니다 쓰레기가 있는곳을 보면 ‘여기 왜 쓰레기가 있지?’하고 느낄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