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편하게 자서 그런지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와 16일 아침은 꽤 힘들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충 요시노야에서 아침밥을 먹고 신주쿠에 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줄 설 공간도 없었다. 결국 하나의 전철을 보내고 다음 전철을 탔는데도 전철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도쿄의 전철도 서울과 그다지 다른건 없었다. 레이디전용칸이나 출퇴근시간에 의자가 접혀서 사람들이 서서 가도록 되어 있는 칸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똑같다.
신주쿠에 가보니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내와 별다른 점은 없었다. 다들 시내구경을 즐기는 편도 아니기에 대충 둘러보고 다녔다. 특히 가부키쵸는 일본최대의 환락가라 약간 기대했는데 대낮이라 그런지 은행동거리와 비슷했다.
돌아다니다 힘들어 크레페를 하나 사 먹으면서 구경이나 할겸 인형뽑는 가게에 들어간 것은 실수였다. 저 무대가리에 1000엔이나 투자했는데 결국 못 뽑았다. 500엔 넣으면 겨우 3판인데 6판이나 시도하고도 못 뽑았다. 저놈의 표정을 정말 울게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신주쿠를 대충 둘러보고 지브리뮤지엄에 가기로 했다. 지브리뮤지엄은 표를 사도 아무때나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고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갈 수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JTB에서 당일표를 구할 수 있기에 미타카역앞의 JTB에 표를 사러 갔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그날 JTB가 문을 닫았다.
결국 지브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메이지신궁에 가기로 했다. 메이지신궁은 하라주쿠역에 있다. 하라주쿠역앞엔 정말 사람이 많다. 물론 도쿄 어딜 가나 사람이 많지만…
메이지신궁은 메이지 천황과 소헌 황태후를 모시는 곳이라는데 사실 그런것엔 별 관심이 없었다. 단지 우리나라엔 없는 특이한 곳이기에 가본 것일 뿐이다.
메이지신궁엔 예상외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메이지신궁까지 가는길엔 산책로같은 길이 있어 시원하고 좋긴 했지만 정작 신궁엔 그다지 특이한 것은 없었다.
그나마 특이한 것중에 그림말이라는 곳에 소원을 적어 매달아 두는 것이 있었는데 500엔이나 주고 일본인이 모시는 신에게 빌 소원 따위는 없었기에 그냥 글만 읽어봤다. 역시나 한국사람들이 적어놓은 글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여러 신을 모시고 있어 퇴락한 땅이라 기독교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정말 같은 한국인임이 창피할 정도의 글도 있었다.
메이지신궁에서 한시간쯤 있다가 하라주쿠역 바로 앞의 스누피타운에 갔다. 한국에선 스누피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지만 일본에서 스누피는 아직도 인기인가보다. USJ에서도 스누피를 볼 수 있었고 스누피타운에 들어가보니 사람이 꽉 찼다. 역시 스누피는 내 취향은 아니므로 대충 보고 패스.
스누피타운을 나와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하라주쿠 스트리트 구경을 시작했다. 하라주쿠거리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심플하면서도 묘한 멋을 풍긴다.
역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가만히 서있으면 자연스레 밀릴 정도로… 가끔씩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이나 특이한 것을 파는 가게도 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시내와 별 다를바 없어 보인다. 특별히 살 것도 없고 일정도 빠듯하기에 대충 보고 지나갔다.
길을 걷다가 뉴발란스 신발을 선전중인 류이치사카모토 발견! 스타의 선전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지만 저 뉴발란스는 왠지 신고 싶어졌다.
대충 하라주쿠까지 구경을 마치고 시부야로 이동했다. 시부야까지는 전철 한정거장 거리로 짧지만 무조건 전철을 탔다. 일본에서 전철 한정거장 거리는 무시하지 못할 거리이므로… 시부야에 오니 대충 저녁 분위기가 난다. 메밀소바와 카레로 허기를 채우고 쇼핑에 나섰다.
아까 보았던 류이치사카모토의 앨범을 사기 위해 HMV에 찾아갔는데 빌딩 하나가 음반전문점이고 각 층마다 장르가 다르다. 헤매다가 겨우 겨우 음반 한장을 구입했다.
다음에 들른 도큐핸즈에서 발견한 다스베이더경. 아니! 다 좋은데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왠 우산인가.
시부야도 역시나 별 대단한 것은 없다. 파는 것도 한국과 같고 사람도 같다. 시부야도 적당히 둘러보고 다음으로 갈 곳은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오다이바.
오다이바에 가려면 어쩔 수 없이 사철인 유리카모메를 타야한다. 전철료도 310엔정도로 비싼편이지만 타고 난 뒤에는 정말 전철료가 아깝지 않았다. 높은 위치에서 운행되기에 동경의 야경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무인전철이기에 맨앞좌석에도 앉을 수 있어 신기했다.
유리카모메를 타고 찾아간 오다이바의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프랑스의 것을 복제한 자유의 여신상과 그 뒤의 레인보우 브릿지. 이런 야경을 만들어 낸 일본이 부러우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니 어찌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간이 늦었기에 오다이바는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레인보우 브릿지와 자유의 여신상만 봤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오다이바의 야경을 한시간정도 구경하고 유리카모메로 다시 동경의 도심으로 돌아오니 16일의 일정도 끝이다.
선라이즈는 8월15일 00시40분 오사카를 출발해 15일 아침 7시10분에 동경에 도착한다. 잠에서 깨어났을땐 막 요코하마에 도착하려 하고 있었다. 요코하마를 지나 얼마 후 동경이 나타났다.
선라이즈의 노비노비좌석은 2층이기에 외형은 이런식이다. 지금껏 타 본 기차중 가장 좋았던 선라이즈. 정말 다시 타고픈 기차다.
동경에 도착해보니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 오사카에 갔을땐 오사카가 서울급이라 생각했는데 동경은 도시의 크기를 짐작도 못하겠다. 좀 헤매다가 숙소가 있는 마쯔도방향의 전철을 탔다. 동경역에서 전차를 타고 닛포리에서 환승해 마쯔도로 향했다. 전철을 타면서 느낀건데 서울의 전철은 거의 지하로만 다니기에 구경할 것도 별로 없지만 오사카 비롯한 동경의 JR선은 전철이 거의 지상으로 다닌다. 그렇기에 낮이면 기차처럼 경치구경하기도 좋고 밤이면 밤대로 야경이 멋져서 좋았다.
아침을 안 먹었기에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모스버거에 가서 햄버거를 하나 먹었다. 셋트메뉴를 시켰는데 감자튀김과 샐러드중에 선택할 수 있어 샐러드를 시켰다. 버거에는 야채가 듬뿍 들어있어 그다지 느끼하지도 않았고 맛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민박집인 노모스. 2500엔으로 싸고 깨끗했지만 역시 우리처럼 짧은 일정으로 돌아다니기엔 너무 외진곳에 있다. 우에노에서 마쯔도역까지 거의 20분이 걸리는데 마쯔도역에서 또 20분정도를 걸어야 한다. 정말이지 이제는 전철에서 내릴때 나는 ‘마쯔도~~’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체크인이 1시이기에 짐만 맡겨두고 다시 나왔다. 일단 날씨도 덥고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않았기에 가까운 아키하바라에 가보기로 했다.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별로 살것도 없었던 우리에게 아키하바라는 용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전자상가들, 그리고 전자상가라서 그런지 대부분 남자뿐이다. 가격이 그다지 싸지도 않기에 용산을 가보았다면 아키하바라는 가보지 않아도 좋을 곳이다.
아키하바라를 다 둘러보고 후지큐하이랜드 티켓을 구하기 위해 에비스로 향했다. 에비스역은 시부야 아래쪽이니 아키하바라에선 굉장히 멀다. 에비스에 내려서 티켓 파는 곳을 찾지 못해 굉장히 헤맸다. 날씨도 무척이나 더웠고 ‘써니빌딩’이 외진 곳에 있어 찾는데만 1시간은 넘게 헤맨 듯 싶다. 어쨌든 티켓은 구입했다.
에비스에는 유명한 라면집이 많다기에 라면을 먹기로 했다. 근데 일본은 오봉이라 그런지 유명한 가게중에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나중엔 힘들어 그냥 아무곳이나 찾아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시킨 라면은 의외로 맛있었다. 역시 국물이 사골국물처럼 진하고 느끼하지만 면발의 느낌도 좋았고 양이 의외로 많아 더 좋았다. 거기다 푸딩같은 후식까지… 가격이 좀 세긴 했다. 780엔…
다시 숙소로 돌아가 대충 씻고 다시 나오니 벌써 저녁이다. 시간도 별로 없고 도쿄도청의 무료전망대에 가보기로 했다. 도쿄도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빌딩숲과 야경은 얼마나 멋진지 계속 걷고 싶어지는 곳이다. 약간의 헤맴끝에 도착한 도쿄도청의 엘리베이터에 타보니 누르는 버튼이 1층과 45층밖에 없다. 철저하게 다른층은 가지 못하도록 해놓았으면서도 관광객을 위해 무료전망대를 제공하는 걸 보고 역시 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최고다. 빌딩숲이 만들어내는 야경의 아름다움은 서울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다. 전망대에 한국인이 가장 많은 것 같아 약간 깨긴 했지만 그 사람들도 우릴 보고 그렇게 느낄테지…
한국인들의 특징은 역시 찍고 보는거다. 전망대에서 본 한국인들 대부분은 야경을 즐기기 보다는 찍기에 여념이 없다. 정말 사진 찍으러 온 사진사인지 야경 보러 온건지 알 수가 없을정도로… 이런 야경 찍어가 봤자 그때의 그 느낌은 사진을 보고 완벽하게 되살릴 수 없다. 그럴바에야 최대한 그 순간에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그러면서도 사진을 찍고있는 나…
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기고 있는데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딱 그 꼴이다. 우산도 가져오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1층에 가보니 다행히 지하도가 전철역까지 깔려있었다. 덕분에 비는 한방울도 안맞고 무사히 전철을 탈 수 있었다. 마쯔도에 돌아와보니 아직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