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무덤


언제부터인가 자취집에 개미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첨엔 몇마리가 양식 좀 구하려고 왔나싶어 나뒀더니 몇일이 지나자 그 수가 점점 불어나 급기야 기나긴 개미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랄까 ‘6.25 피난민들의 행렬이 아마 이랬을거다’ 싶을 정도로 긴 줄을 이루어 열심히 뭔가를 나르고 있었다. 그놈들중에 몇놈은 내 몸으로도 기어오르고 몇놈은 나를 물기까지 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무시하는 개미이지만 난 나름대로 개미를 존중해왔고 길을 걸어갈때도 개미를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하곤 했었다. 하지만 점점 불어나는 개미를 보니 룸메가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더이상 두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날 약국에서 개미컴배트를 사와서 바로 2개를 설치했다. 설치를 하고 한 이틀이 지나니 개미가 확실히 눈에 띄게 줄어드는게 보였다. 그 많던 개미행렬이 더이상 보이지 않고 가끔씩 몇마리만이 마치 길을 잃은 피난민처럼 돌아다닐 뿐이었다.
설치 후 경과를 생각해볼때 아마 몇마리의 개미는 독먹이를 가져갔을테고, 그 정보가 전달되어 더 많은 개미들이 독먹이를 가지고 갔을꺼다. 그리고 그 먹이는 여왕개미에게까지 전달되어져 결국에 왕국을 이루고 있던 그 개미집은 그야말로 거대한 무덤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약에 써있던 설명서에도 분명히 그런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우울해졌다. 내가 도대체 무슨짓을 한걸까… 하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들은 지하 어두컴컴한 곳에서 잠들어 있는것이다. 자신들이 죽어야 했던 이유도 모르고 그저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그들의 기나긴 행렬은 볼 수 없다. 나는 기뻐해야 하는것일까.

덥고 더워서 또 덥다. 그래서 지친다.

작년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올해는 왜 이리도 더운지 모르겠다.
물론 여름에는 더워야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단 더운건 싫다. 덥기만 하면 차라리 낫다. 이 습기는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10분이면 또 땀이 줄줄 흐른다. 이러니 정말 요즘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냥 계속 잠이나 자다가 가을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기다 더 힘든건 여름엔 모기가 있다는 것.
이놈의 모기는 아무리 문을 잘 닫고 단속을 해도 어디서 그렇게 나타나는건지 정말 ‘자연발생’하는건 아닌지 궁금하다. 여름의 그 습기와 어떤 분자가 반응을 일으키면 모기가 갑자기 생겨나는 것 아닐까?
아무튼 이놈은 머리도 정말 좋다(오죽하면 일본에서는 모기가 되어 사람피를 빠는 게임이 나왔겠는가). 이놈은 불이 켜져있으면 잘 나타나질 않는다. 나타나도 낚시질하듯 잠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근데 이놈이 불만 끄면 어디서 그렇게 기다리다가 나타난건지 아주 난리를 친다. 그 ‘엥~~’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정말이지 이 ‘모기’란 놈과 ‘습기’만 없으면 여름도 아주 쾌적한 계절이 될텐데… 하긴 그렇게 된다면 ‘여름’이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