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사카에선 하루만 머물 예정이었지만 나가사키로의 일정이 취소되어 오사카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USJ. 주말이고 또 그다지 일본적인 곳은 아니기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하루를 유니버설에 올인하기로 했다.
대충 굉장히 느끼한 우동 한그릇(270엔)을 먹고, 한뀨전철(사철)을 타고 우메다역으로 돌아왔다. 토요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고 그중에는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의 게이도 눈에 띄였다. 아무튼 코인락커에 짐을 넣고 USJ로 향했다.
다행히 유니버설시티역은 JR선이라 돈을 낼 필요가 없었다. USJ는 전세계에 세곳이 있다는데 헐리우드와 플로리다에 이어 일본이 3번째라 한다. 유니버설시티역의 전철은 스타일도 특이하다.
USJ의 1day ticket은 5500엔이다. 학생할인 되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안된단다. 일본에서 돌아다녔던 곳중에 입장료가 가장 쎘기에 무조건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솟구쳤다. 입구에는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계속 돌고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터미네이터2:3D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문이 열리더니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키티를 주제로 한 퍼레이드였는데 저 사람들 어찌나 잘 놀던지 별 포즈를 다 취하고 혼자 우리를 향해 키스하기도 하는등 난리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 한개를 관람하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터미네이터2는 터미네이터2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리지널 무비를 3D와 함께 실제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꽤 특이한 방식이라 인상깊었다.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고 의자가 덜컹거리기도 했다.
그 다음에 들어간 곳이 쥬라기공원이었는데 USJ의 가장 끝에 있어 그런지 사람이 다른곳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USJ는 기다리는 곳에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해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쥬라기공원은 정글의 분위기가 나도록 만들어 놓아 덥지 않아 좋았다. 쥬라기공원은 후룸라이드를 타고 공룡이 사는 공원을 돌아다니는 건데 공룡의 디테일도 꽤 괜찮고 어떤 공룡은 우리에게 직접 독침(물)을 쏘기도 했다. 쥬라기공원의 하이라이트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얼굴이 우리를 쏘아보고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건데 이때까지 이렇게 경사가 크고 긴 후룸라이드는 처음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타는 느낌이었다.
쥬라기공원 다음에는 줄이 가장 길어 보이던 죠스였는데 한 2시간쯤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리던 중 만난 아이들은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호흡이 꽤나 힘들어 보였다.
2시간이나 기다려 탄 죠스는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건데 불 몇번 지르고 죠스 몇번 돌아다니다가 끝나버려 USJ에서 경험한 것중에 가장 허무했다.
그 다음에 스파이더맨에 가봤는데 대기시간은 좀 있었지만 쥬라기공원 다음으로 최고였다. 라이드를 타고 3D로 진행되는 도시에서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감상하는 내용인데 어찌나 리얼하던지 깜짝 놀랐다. 적이 불을 이용한 공격을 할때는 더운 열기가 느껴지고 물을 이용한 공격을 할때는 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 다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인 백투더퓨처였다. 백투더퓨처관 앞에는 실제 박사를 꼭 빼닮은 사람이 나와 드로리안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일본어’로 연기중이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백투더퓨처관은 대기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내용은 이전의 것들에 비하면 단순했다.
잠시 쉬고 있으니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좀 정적인 공연이라 재미는 별로 없었지만 퍼레이드의 마지막에 출현한 슈렉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들어가 본 곳이 ET였는데 아름답긴 했지만 좀 유치해서 그다지 즐기지는 못했다.
ET를 구경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이 오고 있었다. USJ의 야경은 그야말로 최고다. 어디를 찍어도 작품사진이 나올정도로… 저녁이 되니 연인이 더욱 눈에 띄어 남자 셋이 온 우리들은 좌절하기도 했다.
8시반부터 중앙의 호수에서 공연이 펼쳐지기에 한시간정도를 앉아서 기다렸다. 이 공연이야말로 USJ의 하이라이트라 할만 했는데 킹콩이 건물위에 출현하기도 하고, 신나게 댄스공연을 하고, 호수위로 공룡이 출현하고, 보트에 매단 연이 호수를 빠르게 돌기도 하고, 멋진 불꽃놀이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정말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워서 이것 하나만으로도 USJ에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USJ는 폐장시간이 저녁9시이기에 이 공연을 끝으로 나와야 해서 절반도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USJ에서 느낀점은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예로 ET를 주제로 한 관에 들어갔을때 직원이 이름을 물어보는데 처음엔 그냥 설정상 물어보는것이려니 했다. 근데 나중에 ET가 직접 이름을 불러줘서 놀랐다. 또 일본 어디에서나 느낀점이기도 하지만 USJ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돋보였다. 휠체어를 빌려주기도 하고 공원안내도에는 장애인이 출입가능한 곳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USJ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개를 좋아하는 일본인에 대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개와 함께 출입가능한 곳도 알려주고 있었다.
USJ에서 우메다로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우리가 갔던 곳도 음식을 시켜 먹고 있으려니 점원들이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튀김과 우동을 반찬으로 한 음식을 먹었는데 좀 짜고 느끼해서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지만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잠을 청하러 간 곳은 ‘스파월드’….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오는 곳이다 하룻밤 잤는데 4000円. 덜덜덜… 겨우 씻고 잠만 자는데 스파월드를 찾아간 것 자체가 실수였다. 스파월드는 세계최대급의 욕탕이라는데 그렇게 큰 온천은 처음 봤다. 무슨 온천이 빌딩 하나를 다 쓰는지… 짝수달은 남자가 유럽탕, 여자가 아시아탕이라서 유럽탕에서만 씻었는데 정말 크고 좋았다. 왕이 된 기분이랄까… 다양한 분위기의 탕이 여러개 있고 노천탕도 있었다. 수영장도 있다는데 졸려서 가보지를 못했다. 잠자는 곳은 이전에 갔던 온천보다는 별로였지만 피곤해서 이내 곯아 떨어졌다.
나하에서 일어나보니 아침이다. 기차안에서 맞는 아침해는 색다르다. 어딘가를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차를 타고 가며 기차길옆을 보며 느낀건데 일본에는 거의 집집마다 주차장이 있어 불법주차를 하는일은 거의 없는것 같았다. 또 기차길옆의 땅은 집값이 싸기에 우리나라에선 지저분한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정리가 숨 막힐정도로 잘 되어 있어 놀랐다.
기차는 9시 반경에 오사카에 도착했다. 오사카에서 첫 아침을 먹은 곳은 요시노야라는 체인점인데 음식이 꽤 먹을만하고 값도 굉장히 싸다. 우리돈으로 3000-5000원정도면 먹을만한 음식이 나온다. 난 김치가 들어간 덮밥을 먹었는데 김치맛이 달지만 먹을만 했다. 밥을 먹고 카이유칸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사카의 전철라인과 지하도는 굉장히 복잡하기에 일본사람도 헷갈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말 엄청 헤맸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진 후에는 다닐만 했다.
카이유칸은 세계최대급의 수족관이라고 한다. 그 규모에 걸맞게 입장료도 비싸다(2000엔).
카이유칸 앞에서 서커스공연을 하던 사람. 카이유칸의 직원인줄 알았는데 공연이 끝나고 난뒤에 돈을 받았다. 비록 일본말을 모르지만 말투나 공연을 이끄는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고, 성실함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세상엔 참 대단한 사람이 많다는걸 느꼈다.
카이유칸의 수조는 상상을 초월한다. 몇층에 걸쳐 수조가 이어져 있어 그 안에는 상어도 있고 고래상어도 있고 가오리를 비롯한 이름모를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다. 정말 계속 쳐다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정도로 다양한 물고기가 수조안을 돌아다닌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물고기. 일본아이가 ‘니모’,’니모’를 연발할정도로 인기있는 물고기였다.
수족관에는 이정도 물고기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 정말 입이 안다물어지는 물고기떼…
카이유칸의 관람을 마치고 오사카성으로 갔다. 오사카성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사카성의 해자는 그야말로 강이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엄청난 넓이를 자랑했다. 그 넓이를 느끼려면 사진보다는 직접 가봐야 한다. 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치 댐위에 있는것 같은 기분이 나서 오싹했다.
오사카성의 텐슈까꾸.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지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가장 윗층을 보니 왠지 안쪽은 최신식으로 꾸며져 있을 것 같아서 밖에서만 감상했다.
오사카거리의 야경은 후쿠오카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활기찬 거리와 수많은 차들. 그리고 아름다운 야경… 아쉬운것은 일본은 9시만 넘어가도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11시쯤이 되기 시작하면 큰 빌딩조차도 불이 하나둘씩 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11시부터가 밤의 시작인데 말이다.
오사카의 한신백화점앞에는 여러갈래의 길이 나 있는 육교가 있다. 그 곳에서는 밤마다 공연이 벌어지는데 항상 2-3팀이 공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젊은이에서부터 아줌마, 직장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인디밴드의 공연을 즐기며 흥겨워한다. 뒤로는 오사카순환선이 끊임없이 지나가기에 서울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연을 보며 야경을 즐기며 국적에 관계없이 그 분위기에 빠져드는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했던 온천(?). 우리나라의 찜질방처럼 여러시설이 갖춰진 곳이었는데 피곤해서 씻고 잠만 잤다. 이곳에선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적차이때문에 깜짝 놀랐는데 아침에 샤워를 하고 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갑자기 아줌마 3명이 들어오더니 청소를 하는거였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남탕에 아줌마라니… 근데 일본인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듯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막 돌아다녔다. 우리들도 곧 익숙해지긴 했지만 ‘정말 일본은 일본이구나’하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