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in Satin – Billie Holiday


# 6월의 어느날 아침에 나는 billie holiday의 ‘lady in satin’앨범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걸고 길을 걷고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상쾌해질 수 밖에 없는 완벽한 6월의 아침이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이른 아침의 상쾌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애절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 애절함은 나를 출처를 알 수 없는 서글픈 느낌이 들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런 서글픔은 누구나 가끔씩 가지는 즉, 왜 왔는지도 알 수 없지만 왜 갔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잠깐 왔다 가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길을 바라보고, 또 하늘을 바라다 봤다. 홀리데이는 왜 그렇게 서글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 ‘lady in satin’은 그녀가 타계하기 17개월전에 3일간 녹음한 유작이다. 그녀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비참하다고 할 수 있는 죽음으로 세상을 떠났다. 느낌때문이겠지만 이 앨범을 들을때면 그녀의 불우했던 삶을 음악으로 하소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언하건데 요즈음의 어떤 가수도 billie holiday같은 노래는 할 수 없다. 그녀보다 가창력이 좋거나, 기교가 좋더라도 그녀만큼 애절하고, 마음이 전달되는 노래는 할 수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정말이지 그렇다고 느꼈다.

하루키 재즈에세이 –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젊었을 때는 꽤나 빌리 홀리데이를 들었다. 그 나름으로 감동도 하였다. 하지만 빌리 홀리데이가 얼마나 멋진 가수인가를 정.말.로. 알게 된 것은 휠씬 훗날의 일이다. 그러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옛날에는 1930년대에서 40년대에 걸쳐 녹음한 그녀의 음반을 즐겨 들었다. 그녀가 아직 젊고 싱그러운 목소리로 열심히 노래한 시대의 노래들이다. 나중에 미국의 콜럼비아 레코드 사는 그 대부분을 재녹음하여 음반을 내놓았다. 그 음반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충만한 상상력으로 넘실거리고,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높이 비상한다. 그녀의 스윙에 맞추어 세계가 스윙하였다. 지구 그 자체가 흔들흔들 흔들렸다.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예술이 아니라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그녀를 제외하면 찰리 파커 한 사람뿐이다.

그러나 마약에 절어 목소리가 망가진 이후, 버브 시대의 그녀의 녹음은 그다지 열심히 듣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멀리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1950년대 들어서부터는 너무 애처롭고 무겁고 감상적으로 들렸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자 오히려 그 시대의 레코드를 즐겨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몸과 마음이 그 음악들을 바라게 된 모양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퇴.락.했다고도 할 수 있는 빌리 홀리데이의 만년의 노래에서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그에 관해서 여러 가지 생각해 보았다. 그 안에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왜 나를 그렇게 강하게 흡인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것은 ‘용서’같은 것이 아닐까— 최근 들어 그런 느낌이 든다. 빌리 홀리데이의 만년의 노래를 듣다보면, 내가 삶을 통하여 또는 쓰는 일을 통하여 지금까지 저질러온 많은 실수와 상처를 입힌 사람들의 마음을, 그녀가 두말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전부 한꺼번에 용서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제. 그.만. 됐.으.니까. 잊.어.버.려.요. 라고 그것은 ‘치유’가 아니다. 나는 절대로 치유되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용서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너무도 개인적이다. 나는 이 느낌을 일반적으로 부연하고 싶지는 않다. 따라서 내가 꼽고 싶은 빌리 홀리데이의 가장 멋진 음반은 역시 콜롬비아 판이다. 굳이 그 안에서 한 곡을 들라면 주저없이 ‘그대가 미소지으면’을 고를 것이다. 곡 중에 들어 있는 레스터 영의 솔로도 숨이 막힐 만큼 천재적이다. 그녀는 노래한다.

‘그대가 미소지으면, 온 세상이 그대와 함께 미소짓는다. When you are smiling, the whole world smile with you.’ 그리하여 세상은 미소 짓는다. 믿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정말 싱긋 미소짓는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