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일상의 여백

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생활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 잔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나이를 먹었다고 마음의 상처를 전혀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혹은 마음에 깊이 새기거나 하는 갓은 나이를 먹은 인간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레서 상처를 입어도 화가 치밀어도, 그것을 꿀꺽 삼키고 오이처럼 시원시원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지만, 훈련을 쌓아가는 동안 점점 정말이지 상처입지 않게 되었다. 물론 닭과 달걀 가운데 어느쪽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상처입지 않게 되었기 떄문에 그런 훈련이 가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쪽이 먼저고 나중인지 모르겠다.

– 하루키 에세이 중에서 –

최근 하루키의 두권의 에세이를 읽었다. 하나는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또 하나는 ‘하루키 일상의 여백’
양쪽 다 볼만했다. 사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쓰는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만큼 그의 일상은 평범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은 보잘것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무언가 색다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하루키는 평범한 삶속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즐기는 사람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너무나 멋진 말이다. 왜 나는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고 항상 특별한 것을 찾으려 했을까. 삶은 심플하다. 아니면 그렇다고 믿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술자리에 나가 술을 계속 마셨다.
술을 마시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나의 다른 모습이 나온다. 그건 나의 본질적 자아가 만들어 낸 이미지일수도, 혹은 본질적 자아일수도 있다. 그 2개가 다 아닐수도 있고…
난 술에 취해서도 휴대폰에 이런글을 적어왔다. ‘나의 자아는 어디있을까’
난 거기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럼 난 도대체 어디있을까…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서러워 눈물이 나올뻔했다.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끝과 하드보일드원더랜드’는 현실에서의 나와 본질적 자아로써의 나에 대한 이야기다.
난 ‘하드보일드원더랜드’에서의 ‘나’가 마지막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 그는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삶을 체념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집착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저녁식사를 했을뿐이고, 그다지 미련이 남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세계의끝’에서의 ‘나’는 결국엔 예상외의 결정을 하지만 그런 그를 탓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방식이 있기 마련이고 그는 그 중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나는 나의 ‘마음’과 친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