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千年女優)

벼르고 벼르던 천년여우를 드디어 보았다.
그렇다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건 아니고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여러번 이어졌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못 보다가 결국에 본것일뿐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여러가지 장면이 합쳐지는 독특한 방식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흥미있게 볼 수가 있었다.

이야기는 한 여배우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배우는 연기를 할때 항상 남의 삶을 살아야 한다. 소위 명배우라면 그 상황이 실제라고 믿고 연기하지만 사실 실체는 없다.
치요코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배우가 되었고, 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배우를 계속하지만, 그녀는 이미 없는 사람의 그림자를 쫓고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우리는 인생이라는 영화의 배우라고 말한다. 우리도 뭔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치요코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도 그녀처럼 이미 없어진 목표를 찾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하지만 마지막에 치요코는 말한다. 그를 찾아가는 자신을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사족
얼마전에 배우 문근영이 이은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린 기사를 읽은적이 있었다. 문근영을 배우로써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땐 그녀가 정말 이은주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배우란 본질적으로 외롭다. 우리는 인생이란 영화 한편만 찍으면 되지만, 배우들은 일생동안 적으면 수십편에서 많으면 수백편까지 남의 삶을 살아야 한다.

프로그래머 십계명

프로그래머 십계명 ~ 시작부터 경지에 이르기까지…

1. 정보를 모음에 소홀히 하지 말고 설명서를 읽음에 게을리 하지 말지어다.
오늘 필요 없는 정보는 내일 필요하리라. 가장 가치 있고도 저렴한 지식은 책 속에 있느니라. 서점과 동료의 책꽂이에 무엇이 꽂혀 있는지 때때로 살피어라. 무심코 흘렸던 종이 한 장이 너의 근심을 풀어 주었으리라. 설명서는 충분히, 꼼꼼히 읽을지어다. 모든 의문은 설명서를 안 보는 데서 생기니라. 그렇더라도 모두 다 읽을 필요는 없느니라.

2. 너의 PC가 안전하다고 믿지 말지어다.
5분 후에 정전이 되고 내일 너의 하드가 맛이 가리라. 그러하니 너의 소중한 소스 코드는 정기적으로 여러 군데에 단계별로 백업해 두어라.

3. 변하는 수를 다룰 때에는 늘 조심할지어다.
수가 절대로 그 한계를 넘지 않으리라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라. 127, -128, 255, 32767, -32768, 65535, 이 숫자들을 너의 골수에 새기어라. 0.0은 0이 아니니 실수는 원래부터 결코 정밀하지 않느니라. 부호 없는 것과 있는 것을 어울리거나 정수끼리 나눌 때에는 늘 조심하여라.

4. 무슨 일을 반복시킬 때에는 처음과 끝에 유의할지어다.
너의 컴퓨터는 1보다는 0을 좋아하니라. 배열의 첨자가 그 범위를 넘지 않을지 손 댈 때마다 따져 보아라. 수식에 1을 더하거나 뺄 때에는 늘 긴장하라. 너의 프로그램은 단지 한 번 덜해서 틀리고 한 번 더해서 다운되느니라.

5.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섣불리 생략하지 말지어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가장 드물게 일어날 일이 가장 너를 괴롭히리라. 그러하니 언제나 논리에 구멍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if를 쓸 때에는 else부터 생각하라.

6. 함수 안에서 매개 변수 값은 결코 믿지 말지어다.
지금 그 매개 변수가 결코 가질 수 없다는 값을 내일부터는 가지리라. 그러하니 매개 변수 값이 올바름을 항상 검사할지어다. 그렇더라도 처리 속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예외이니라.

7. 오류를 알려 주는 기능은 있는 대로 모두 활용할지어다.
컴파일러의 경고는 모두 켜 두어라. 경고는 곧 오류이니라. 오류를 알리는 함수의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지어다. 모든 파일 입출력과 모든 메모리 할당은 조만간 실패할 것이라.

8. 한 번의 수정과 재 컴파일만으로 연관된 모든 것이 저절로, 강제로 바뀌도록 할지어다.
어떠한 것을 수정했을 때에 연관된 것이 따라서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벌레이니라. 컴파일러로 하여금 매개 변수 리스트를 완전하게 검사하도록 하고, 언젠가 손대야 하거나 따라서 변해야 하는 수치는 전부 매크로로 치환하며, 형 정의를 적극 활용하여라.

9. 사용자가 알아서 잘 써 주리라고 희망하지 말지어다.
너의 프로그램은 항상 바보와 미친놈만이 쓰느니라. 사용 설명서를 쓸 때에는 결코 빠뜨리지 말아라. 빠뜨린 만큼 사용자는 너를 괴롭힐 것이니라.

10. 매사에 겸손하고 항상 남을 생각할지어다.
가장 완벽한 프로그램일수록 가장 완벽하게 숨은 벌레가 있느니라. 네가 이 세상 최고의 프로그래머라고 떠들며 자만할 때, 옆집 곳간에서는 훨씬 더 뛰어난 것을 묵묵히 만들고 있느니라. 아무렴 프로그래밍은 혼자 잘나서 할 게 아니니, 너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더불어 잘 되면 그 얼마나 좋은 것이냐.

이 모든 것을 깨닫고 지키려 애쓰는 자는, 있어도 없어도 되어도 아니 되어도 늘 평온하리라.

임인건(한글라이브러리 한라 프로 제작자)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