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론과 소론의 대립으로 탕평론을 제시한 숙종은 오히려 편당적인 인사관리를 통해 경신환국, 기사환국, 갑술환국이 일어나는 빌미를 제공했다. 영조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즉위 직후 탕평의 교서를 발표했지만 스스로 노론과 소론을 번갈아 등용하며 결국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뒤를 이은 정조는 이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붕당을 없애고자 했다. 하지만 그도 일찍 사망해 개혁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조선시대의 암흑기인 세도정치기로 돌입했다. 숙종부터 정조까지 이어지는 시기는 왕의 의도야 어쨌든 대체적으로 일당전제화의 시기였다.
나는 한나라당이 소위 ‘5.31 대첩’이라 부르는 5.31 지방선거를 보며 숙종, 영조, 정조로 이어지는 정치판이 생각났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분명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써 국민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다 등을 돌린건 맞다. 국민들은 “무능한 남편보다 부패한 남편이 낫다”라는 민병두 의원의 말처럼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열우당이 싫어서 한나라당에 투표한거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럴꺼면 지방선거는 왜 했나? 사람을 보고 하는 투표가 아닌 당을 보고 하는 투표에 하루 쉬어가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있었을까? 투표란건 각 후보의 자질과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마스터플랜을 보고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한나라당에만 좋은 사람들이 잔뜩 있었나? 더 이상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정권은 맨날 바뀌는데도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세력싸움만 하고 있는 정당들에 일단 모든 책임이 있지만, 그런 정당들의 일당전제화를 조장하고 있는 국민들도 별 다를게 없다. 한마디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왕에서 국민으로 바뀐것만 빼면 조선시대와 다를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난 고등학교 다닐적에 교과서에 ‘정당의 목표는 정권획득’이라고 쓰여 있는게 잘 이해가 안 갔다. ‘무슨 목표가 정권획득따위냐. 국민들 잘 살게 하는게 목표지’라는 생각을 했던거다. 물론 정권획득을 통해 국민들을 잘 살게 하려는 게 정당이다. 하지만 요즘 판세를 보면 그들의 최종 목표가 단지 ‘정권획득’인 것 같다. 우리도 언젠가는 조상이 된다. 먼 훗날 후손들이 교과서에서 배우게 될 지금의 정치판은 탕평정치가 이뤄지던 조선시대의 그 상황보다 딱히 더 낫지는 못할꺼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