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때부터 컴퓨터를 해왔고, 또 컴퓨터공학부까지 나왔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지금까지 좋은 PC를 썼던 적은 없다.
386시절엔 집근처에 있던 사촌형집에 가서 컴퓨터를 했었고, 486시절엔 우리집에서 대학교를 다녔던 외사촌형의 컴퓨터를 썼었다. 덕분에 내가 처음 컴퓨터를 샀던 시기는 펜티엄 시리즈가 한창 열풍이던 때였다. 세진컴퓨터랜드가 엄청난 광고를 때려대며 ‘진돗개’, 세종대왕’ 같은 하이테크놀러지의 컴퓨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신토불이스런 이름을 가진 컴퓨터를 팔던 시절이었다. 나도 광고에 혹해 세진컴퓨터랜드에서 팔던 조립 PC를 샀었다. 펜티엄133Mhz. 하루만에 바이러스 걸려서 서비스 받고, 그 뒤에는 하드웨어상의 문제로 문제가 계속 터져 속터져서 돈을 더주고 삼성 펜티엄120Mhz로 바꿨다. 당시 이미 펜티엄200Mhz가 나왔던 시기니 펜티엄120Mhz는 그다지 빠른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200만원 가까이 주고 샀던 기억이 난다. 내 생애 가장 비싸게 주고 샀던 컴퓨터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컴퓨터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샀던 듀론700. 안 그래도 AMD는 싸구려CPU의 인식을 가지고 있던 시대였는데, 듀론은 그런 AMD에서 보급형으로 나왔던 CPU니 얼마나 싸구려인지 알만하다. 그럼에도 난 이 CPU를 꽤나 잘 썼다. 지포스2MX까지 꼽으니 이전의 펜티엄120Mhz와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초고속(?) 시스템이었다. 이걸 군대 다녀와서까지 쓰다가 재작년인가에 샘프론2800으로 갈아탔다. 샘프론 또한 AMD의 보급형 CPU였지만 듀론에 비하면 훨씬 빨랐다. 듀론에서 버벅대던 윈도XP가 샘프론에선 쾌적하게 실행됐고, 게임도 적당히 타협을 본다면 그럭저럭 실행됐었다. 그다지 불편함은 없는 시스템이었다.
근데 문득 난 왜 항상 사양과 타협하면서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같이 PC값이 똥값인 시대에 뭐하러 이것저것 느리고 실행안되서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하는가 싶었다.
그래서 그냥 질러버렸다. 옵션과 타협하는 것도 질려버렸고, 나도 버벅이지 않는 PC한번 써보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하는 시대인만큼 이 정도 사양이면 앞으로 최소한 3-4년은 쓰지 않을까 싶다. 쿼드가 아닌 듀얼 코어에 라데온 4800시리즈보다 떨어지는 3800시리즈, DDR2 PC6400 4GB의 시스템은 여전히 최고급 사양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게임을 풀옵션으로 돌릴 수 있고, 32비트 윈도XP따위는 4GB 메모리를 인식조차 못하니 이정도면 만족.
E5200@3.0G
DDR2 PC6400 2GB * 2
Radeon 3850 512MB
Samsung 320G HDD
Asus pk5pl-am Main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