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 런던

런던 둘째날.



둘째날은 런던의 명물 타워브릿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근데 타워브릿지쪽을 가니 런던탑이 있더라. 원래 관심도 없었고 가서 보고도 별로 입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므로 패스. 하지만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런던탑 옆에 있던 EAT를 보니 잠깐 배고파짐. 하지만 예산이 빠듯하므로 헝그리 행군.


런던탑 옆에 있는 타워브릿지. 사실 타워브릿지는 밤에 봐야 제맛이라지만 날씨도 좋고 해서;;; 타워브릿지를 처음 봤을때의 느낌은 ‘사진이랑 똑같네’
역시 늙으면 죽어야 해. 이걸 보고 감동을 안한단 말인가…라지만 감동이 안 생기는데 어떡하란 말인가.
역시 티비와 인터넷이 사람을 다 망친다. 티비와 인터넷으로 시도때도 없이 보던 것들이니 감동이 생길리가 없다. 차라리 안봤을때는 머리 속으로 상상이라도 하지만 보고 난 뒤에는 재현의 의미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물을 1894년에 완성했다는데에는 좀 놀랐다. 1894년이라면 한국에선 한창 동학농민운동 일어나서 난리났던 때였고, 갑오개혁 시작해서 이제 우리도 좀 평등하게 살아보자, 사람답게 살아보자 이러고 있던 때다. 한국에서 이러고 있을때 얘들은 이런걸 만들고 있었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해. 하긴 로마에서는 기원전에 건축물 올리고, 이집트는 피라밋 쌓고 한걸 보면 이것도 늦은거긴 하다만…


투어버스. 타보진 않았지만 런던관광은 저것도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실 런던 정도 날씨니까 여름이라도 저런 버스를 타면서 구경하지 이탈리아같은데선 꿈도 못 꿀일이다. 하긴 이탈리아 가서도 저 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서 경외감이 들기는 하더라만…
민박집에서 같은 방 쓰던 사람들은 피곤할땐 그냥 이층버스 타고 아무데나 돌아다녀도 좋다고 하던데 우린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그런 여유는 없었다.


밀레니엄 브릿지. 2000년을 기념해 만든 다리라고 하는데 보행자 전용이다. 디자인은 별 특이점이 없음. 건너편에 테이트모던이 보임. 테이트모던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거라는데 그래서인지 굴뚝도 凸 이렇게 나와있고 건물이 칙칙함. 테이트모던은 현대미술을 주로 전시하는데 그래서 들어갈 생각은 꿈에도 꾸지 않았다. 내셔널갤러리의 사실주의 미술도 감상하는 법을 모르는 판에 추상적인건 out of 인식이 뻔할 듯 해서…


보행 전용이라 그런지 폭이 넓어서 좋긴 한데 굳이 반대편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어서 걷다가 다시 돌아옴.


다시 돌아와서 쭉 가니 이게 있음. 이게 뭔지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르겠다.


그늘이 있어 잠깐 쉬는데 왠 거지가 윗옷 벗고 누워있다. 자세히 보니 거지는 아니다. 한국에서 저러고 있으면 ‘정신줄 놨네’ 혹은 ‘용자 발견’ 소리 듣기 딱 좋은 액션이지만 유럽에선 아무것도 아닌가 보다.


이건 또 뭐임? 유명해서 찍은건가. 아님 가다 보니 멋져서 찍은건가. 여행 다녀온지 오래되서 그런지 모르겠다. 제발 아무것도 아니길 바람.

느긋하게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시간이라 샌드위치를 사려고 simply food에 갔다. 샌드위치는 좀 쌀줄 알고…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샌드위치 가격도 한국기준으로는 이해 불가. 이 가격이면 한국에서 배불리 밥먹을 수 있는 가격인데 겨우 빵조각을 먹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비쌈. 하지만 유럽은 유럽이니 유럽 물가에 따라야지 어쩔 수 없음.


영국은 빨간 이층버스가 참 많다. 돈이 많은건지, 시스템이 좋은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좀 많다.


점심 먹고 좀 쉬다가 영국 박물관 도착. 영국 박물관의 좋은 점은 역시 공짜란거다. 그럼에도 전시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그것도 좋다. 영국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그런지 딴나라 갈땐 참 영국과 비교를 많이 했다. 일단 영국은 공짜가 많은데 전시관도 그렇고, 화장실은 특히 그렇다. 영국에서 유료 화장실을 써본 적은 딱 한번 뿐이다. 그것 또한 비싸지도 않았고… 유럽은 도대체 화장실이 왜 그렇게 다 유료인지 모르겠다. 입구에서 돈 받는 사람 인건비로 쓰면 그거 남기는 하는건가 싶다. 한국에 널려있는 화장실 생각을 해보면 유럽 사람들도 어떤면에선 참 쪼잔하다 싶기도 하고… 돈 없으면 오줌도 못 싸나.


영국박물관 찾느라 좀 헤매서 입구에서 좀 쉬었다. 기둥이 많아서 쉬기 편했다. 공짜라서 줄 설 필요도 없으니 입장의 압박도 없다.

구식이던 입구와는 달리 들어가보면 현대적이다. 자연광을 잘 살린 멋진 디자인이다만 저 격자무늬들은 오래보면 머리가 아파짐.

전시물에 관해서는 귀찮아서 글 못 쓰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국박물관의 전시물은 ‘야 이 영국놈들아. 약탈해 온 것들 다 토해내!’라면서 테러를 감행하고 싶을 정도로 많았으며, 그 퀄리티 또한 매우 뛰어났다. 비록 영국박물관은 무료라지만 이런 박물관 또한 영국을 방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거다.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없는 유산들을 훔쳐와놓고 뻔뻔하게 전시하는 걸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했다.

영국 박물관 관람을 마치니 이미 저녁 먹을 시간이다. 저녁은 민박집에서 대충 먹고 다시 나와 예약해 둔 라이온킹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인터넷 예매를 했기 때문에 표 먼저 찾으러 가야 하는데 이게 문제였다. 구글에서 위치 검색해 본 바로는 티켓 찾는 곳은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였다. 근데 거기 가보니 전혀 딴 건물이 있었다. 정말 한 30분은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를 돌아다녔는데도 결국은 찾지 못했다. 아 젠장 젠장 젠장.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온다. 구글에 낚인건지 인터넷예매사이트에 낚인건지 모르겠다만,,, 아니 구글에 낚인거 같다. 구글로 검색했을때는 라이온킹을 공연하는 ‘Lyceum Theatre’도 피카딜리서커스 근처에 있었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지금은 코벤트가든 근처로 나온다만 그땐 분명히 피카딜리 서커스 쪽으로 나와있었다. Lyceum Theatre가 코벤트 가든 근처에 있다는 건 민박집에 돌아와서 알았다. 아 라이온킹 이 개, 아니 사자새끼.

여기서 더 웃긴건 프라하에 가서 메모리 카드를 CD에 백업해 놨는데 피카딜리서커스 쪽에서 길 찾으면서 찍은 사진만 싹 날아갔다. 이건 뭔가 음모다. 오늘 극장에서 ‘이글 아이’를 봐서 그런지 그런 느낌이 더 든다.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액땜한거라고 생각해 버렸다.


라이온킹을 못보고 체념해 있다가 야경이나 보러 가기로 했다. 타워브릿지는 멀어서 귀찮고 가까운 런던아이 방향으로 갔다.


막상 삼각대 사놓고선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사진도 못 찍는 주제에 무슨 삼각대 씩이나 가져가냐 하는 생각도 들어 삼각대는 잘 안들고 다녔다. 지금 야경 사진들을 보니 좀 안습이긴 하다. 들고 다닐껄;;;


국회의사당쪽에서 사진 좀 찍다가 런던 아이쪽으로 건너와서 근처에 죽치고 앉아 있었다. 사람 구경이 재밌기도 하고, 라이온킹을 못봐서 일단은 의욕상실이다. 이놈의 런던은 해도 빨리 안 진다. 야경 보기도 참 힘드네…


런던아이 없었으면 참 심심해 보일듯한 야경이다. 런던아이도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거라고 하던데 관람차라면 놀이공원 인상이 강하지만 저 정도 크기가 되고 보면 멋지긴 하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게 된 웨스트민스터사원. 이건 낮에 봐도 하얗고 저녁에 봐도 하얗다.

이렇게 런던에서의 둘째날도 끝.

“7.30 / 런던”에 대한 4개의 생각

  1. 야경 예쁘게 찍으셨네요 🙂
    휴…그래도 사진이 쪼끔 날아가셨나봅니다..
    전 프라하 마지막 밤부터 뮌헨 – 프랑크푸르트까지 찍은 사진이 아예 통째로 날아가서.. 저렴한 가격에 득템한 메모리카드는 역시 믿으면 안되는거였는지 -_-;;

    그나저나 티스토리 탐나네요….
    이글루에 너무 정이 들어서 아이디만 만들어놓고 계속 못 넘어오고 있습니다만 ㅠㅠ

    1. 날아간 사진들에 애도를 표합니다. 지금이야 저도 날아가든 말든 체념해 버린 상태지만 당시엔 참 안타까웠죠. 하지만 도시가 통째로 날아가버리셨다면 충격이 좀 있으셨겠네요.

  2. 앗 어쩌다보니 연속댓글이지만..개인사정으로 이글루 결국 버리고 티스토리로 넘어왔어요. cafedechloe.tistory.com 으로 찾아와 주세요 ^^

    1. 어쩐지 이글루에 아무 내용이 없어서 블로그 그만 두시는게 아닌가 했는데;;; 옮기셨던거네요.

      전 테터툴즈 시절부터 쭉 이것만 써와서 다른 블로그툴이 얼마나 좋은진 모르지만 나름 쓸만한 것 같네요.

      아무튼 같은 배에 타게 된 걸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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