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나의 아버지 박지원, 철이 없으면 사는게 즐겁다, 살아간다는 것

의뢰인 – 존그리샴의 다른 소설들보다는 약간 긴장감이 떨어졌다. 일단 주인공이 소년이라 그런지 전개가 매우 더뎠고, 2권짜리 책 치고는 별 내용이 없었다. 주인공이 어린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똑똑해서 애답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존그리샴은 이야기를 짜맞추는데는 엄청난 능력이 있지만 가끔 보면 너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아버지 박지원 –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을 한글로 번역한 책. 아들이 쓴거니 당연히 부모 자랑이지만 없는 내용을 지어낸게 아니라 사실만을 말한것이라 공감이 갔다. 박지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단편적인 사건 위주라 아쉬운 점도 있다. 책을 읽다보니 18세기에는 참 천재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덕무, 박제가, 홍대용, 유득공, 정약용, 박지원등 손꼽히는 천재들이 왜 유독 영,정조때 그렇게 많았던 것일까. 특별히 그때만 천재가 많이 태어났던건 아닐것이고 그당시의 문풍이 그만큼 자유로웠던거겠지.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시절중 하나다.

철이 없으면 사는게 즐겁다 – 부부가 동시에 직업을 다 때려치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철이 없는건 확실하다. 그러나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 사진이 별로 없고, 내용이 너무 짧은점은 아쉬웠다.

살아간다는 것 – 작가는 머리말에서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위해서 살아가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그 어떠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었고 사실 책을 다 읽기전까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건지 몰랐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계속 저 구절이 생각났다. 살아간다는 것이 슬프고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복귀노인을 통해 담담히 이야기하는 여화는 허삼관 매혈기때도 느꼈지만 이야기를 정말 편안하게 잘 풀어놓는 작가다.

2007.4.18 ~ 200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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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만 잡으면 떠나고 싶다
– 사진 몇장만 보고 집어들었는데 사진은 정말 좋다. 근데 글이 너무 조잡하다. 표현은 진부하고 내용은 부실하다. 딱 고등학생 글쓰기 수준쯤의 글들이 이어진다. 내가 여행기를 잘써서 비난하는게 아니다. 책으로 낼 정도의 내용이라면 이정도로 부실하게 글을 써선 안된다. 한마디로 여행기도 아닌, 여행정보지도 아닌 이상한 책이다. 사진작가라서 그런지 사진은 무척 맘에 드는게 많았지만 거기서 작가의 존재를 느낄 수는 없었다. 아마 혼자 여행을 다녔기 때문이겠지만 작가 자신이 들어간 사진이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의 변호사 – 존그리샴은 정말 재밌게 글을 쓴다. 그의 소설은 한번 잡으면 끝을 봐야된다. ‘끊어 읽는다’, ‘잠시 쉰다’ 그딴거 없다. 눈이 시뻘게져도 그의 소설을 한번 잡은 이상 멈출 수 없다. 이 소설도 그렇다. 존그리샴의 소설을 몇권 읽다보니 그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패턴이 좀 보이는데 그 패턴조차도 기대가 된다. 존그리샴이여, 오래 살고 많은 책을 쓸지어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열하일기를 한번 읽어보려다가 그 두께에 질려버렸다. 무슨 백과사전만한 크기의 책이 3권이나 되는지… 언젠가 읽어봐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책은 열하일기의 차선책으로 읽었다. 열하일기의 해설 및 찬양서쯤 되는 책인데 작가는 열하일기의 열렬한 추종자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박지원이 그렇게 웃기는 사람인지는 몰랐다. 문체반정때 정조에게 개겼던 일이나, 허생전, 양반전등의 소설을 보고 이 사람이 그당시 사대부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건 대충 짐작했지만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박지원은 노론이었지만 아주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었고 그걸 유머로 풀어낼 줄 알았다. 또한 당시 청나라를 무시하고 말로만 북벌을 외치던 사대부들 사이에서 북학을 주도했다. 이 책은 박지원의 열하행뿐만 아니라 박제가, 홍대용, 정약용, 심지어 달라이라마까지 널을 뛰는 책인데 너무 열하일기 찬양 일색이고(감탄사는 왜 이렇게 많이 쓰는지), 내용의 일관성같은게 보이지 않는다. 산만하달까… 거기다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개념을 남발하고 있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가장 재밌는 부분은 ‘부록’이었다. 부록에 다른 읽어볼 책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 있는 책이나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