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나는 소시민이기에 천만이 넘은 영화는 당연히 봐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우리 어머니도 이미 보셨기에 왠지 억울해서 극장을 찾았다. 주말이긴 했지만 이른 시간인데도 CGV는 꽉 찼고 노년이나 중년층도 꽤 많았다.
오랜만에 보는 영화고 또 입소문도 괜찮은것에 비하면 영화는 좀 밋밋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색감도 화려했고, 이야기도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지루했다. ‘웰메이드 영화다’하는 생각은 들면서도 약간은 몰입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같이 본 친구도 영화에 뭔가 액센트가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평균 이상의 분위기는 계속 유지되는데 뭔가 극적인 순간이 없다는거다. 그게 영화 끝날때까지 그랬다(마지막에 감우성이 줄타면서 말하는 부분이 좀 감동적이기는 했지만).
감우성의 연기는 좋았지만 왠지 따로 노는 느낌이었고, 이준기는 최근 얻은 엄청난 인기에 비하면 아직 연기는 좀 불안했다. 연산군역의 정진영의 연기가 가장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워낙 개성이 강한 역이니…
아무리 관객이 관객을 부른다지만 이 영화는 천만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하긴 오백만만 넘어버리면 그게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 상상도 안가기에 천만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천만이 들 영화라고 인정하기는 싫다. 그래봤자 이미 넘었지만…

1월에 본 영화

그린마일 – 볼만한 영화였지만 말하려는 바를 확실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애매모호한 영화이기도 헀다. 거대한 흑인 죄수가 사람들의 병을 치유한 뒤 무언가를 내뿜는 장면은 마치 영화 ‘미이라’의 이모텝같은 느낌이 들어 분위기를 깨는데 한 몫 했다.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원작이 있다니 할 말은 없다.

킹콩 – 이전의 킹콩을 본적도 없고, 킹콩이라는 소재에 관심도 없지만 ‘피터잭슨’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었다. 잭슨답게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볼거리가 넘치는 영화였지만 너무 눈에 띄는 CG처리와 함께 거대한 킹콩이 왜 바비인형만한 나오미왓츠를 좋아하게 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스토리는 지루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비디오로는 일찌감치 가지고 있었지만 DVD는 이번에 절판행사중이었기에 ‘러브레터’와 함께 싼 값에 샀다. 빈약한 서플에 화질도 요즘 DVD에 비하면 그냥 그렇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좋은 영화는 언제나 어디서건 빛을 낸다. 보고 또 보았던 장면인데도 어김없이 감동하게 되는 이 영화의 미덕은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데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어떤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러브레터 – 이와이슌지의 필모그래피에는 좋은 작품이 꽤나 많지만 그래도 이와이슌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러브레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러브레터는 ‘슌지스타일’ 그 자체이고 그 이미지를 떨쳐 내기가 꽤 힘든것이다. 영화의 장면과 항상 같이 떠오르는 remedios의 OST, 그리고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의 아름다운 얼굴과 함께 러브레터는 어린시절의 추억과 같은 순수한 느낌을 가지고 내 마음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