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 8월 19일

신오사카에서 탄 나하는 밤새 달려 하카타로 향한다.

추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일어나보니 이미 창밖에는 해가 뜨고 있다. 물론 새벽 5시였기에 기차안은 아직 어둡다. 승무원이 친구에게 와서 좀 있으면 하카타라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나하는 새벽 5시 25분에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5시 25분… 난감하다. 전철도 운행을 안하고 있다. 딱히 갈 곳도 없었기에 오호리공원에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기차길을 따라가면 될 것 같아 계속 따라갔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자판기엔 100엔짜리의 엄청나게 큰 음료수를 팔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 100엔은 한국돈 500원과 같은 수준으로 느껴졌기에 바로 뽑아먹었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사람들은 홀로 혹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기도 하고 학교를 가는 학생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근데 오호리 공원은 아무리 걸어도 나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 가까운 전철역에 들어가 알아보니 잘못 왔덴다. OTL 한시간 가까이나 걸었는데 결국 전철 타고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삽질은 마지막날에도 여전하구나… 하카타역앞의 요시노야에서 밥을 시켜먹었는데 닭고기와 날계란을 얹어 비벼먹는 밥이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음에도 정말 억지로 먹었다. 닭관련 음식을 싫어하는 일섭군은 시켰던걸 다 버리고 새로 다른걸 시켜먹었다. 이제 380엔은 돈도 아닌가 보다.

밥을 먹고 사철을 타고 몇정거장 가니 바로 오호리공원이다. 이렇게 빨리 가는걸 한시간동안 삽질했으니 정말 먼산 아니 먼 호수만 바라볼 수 밖에…

급하게 만든 일정이고 공원에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오호리 공원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도심에 이렇게 넓은 호수공원이 있다는게 정말 부러웠다.

친구와 우스개소리로 데이트코스로 정말 최고일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벤치도 많고 까마귀(!)도 많고… 아무튼 어찌보면 단조로운 오호리 호수는 계속 쳐다봐도 질리지 않았다.

중국의 서호(西湖)를 모방해 만들었다는(일본인은 모방을 참 잘한다) 오호리 공원은 호수 한 가운데에 섬이 몇개 있고 그 섬을 다리를 이용해서 건널 수 있게 해 놓았다.

재미있는건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에도 자판기가 있다는건데 정말 자판기의 천국다웠다. 오호리공원은 호수뿐이었지만 대충 구경하는데 한시간정도가 걸렸다. 그런곳에서 매일 조깅하고 자전거 타고 휴식을 즐기는 후쿠오카시민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일산의 호수공원이 오호리공원과 규모가 비슷하다는데 일산이 좀 멀어야지…

오호리 공원에서 나와 특별히 갈 곳도 없기에 가장 가까운 텐진시티에 가기로 했다. 쇼핑하기에 좋은곳이란다. 근데 가보니 여기도 그다지 특이한 것은 없다. 역시 남자들끼리 다니기에 쇼핑가는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

텐진을 대충 둘러보고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가기위에 지하도로 들어갔다. 후쿠오카는 지하도도 어찌나 럭셔리하고 넓은지 마치 미래도시같다. 지하도에서 하카타로 가는 지하철을 찾는데 또 한참 헤매다가 겨우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코인락커에서 짐을 챙기고 국제 여객 터미널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후쿠오카의 버스는 특이하게 거리에 따라 요금이 바뀌는데 표를 먼저 뽑고 내릴때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뒤에서 타서 앞으로 내린다. 터미널까지는 220엔. 이걸로 일본에서 쓰는 엔화도 마지막이다. 하카타에 처음 왔던 날엔 버스비 220엔을 아낄려고 하카타역을 찾아가느라 삽질했는데 이제 220엔은 돈도 아니기에 그냥 거리낌없이 탔다.
터미널에 도착해 이것저것 작성하고 면세점에서 양주 한병 사고 잠시 기다리다보니 배 탈 시간이다.

배에 타니 곧 배가 하카타항을 출발하기 시작했다. 9일이나 있었던 일본을 떠나면서 집에 간다는 기쁨과 함께 일본을 떠난다는 섭섭함으로 인해 기분은 착잡하다.

배안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밖을 보니 무지개가 떠 있다. 무지개는 조금씩 일본쪽으로 멀어져 간다. 배는 18시 55분 부산에 도착했다. 입국심사장부터 사람들의 표정이 무뚝뚝하고 말한마디 없는게 역시 한국이다. 터미널에서 나와 부산역까지 부지런히 걸어 무궁화로 예약했던 기차를 취소하고 KTX로 다시 예약하고 바로 플랫폼으로 향했다. 급하게 예약한거라 기차 출발시간이 얼마 안남았지만 부산이 종점이라 자유석에 자리가 많아 다행이었다. 어차피 KTX도 우리나라 기차는 아니지만 역시나 좌석간 간격이 신칸센에 비해 좁고 실내 디자인이 좀 유치하다.

대전에 도착해 KTX를 떠나보낸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거의 11시. 8박 9일간의 짧고도 길었던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한 19일 저녁이었다.

일본 여행 – 8월 18일

동경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할일이 많기에 아침에 바로 체크아웃하고 요시노야에서 아침을 먹고(무려 정식), 이전에 보지 못한 지브리뮤지엄에 가기 위해 바로 미타카로 향했다.

JTB에서 표를 사고 미타카역앞에 가보니 지브리버스가 서는 곳이 있다. 버스표를 사서 버스를 타고 지브리뮤지엄으로 가면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무리봐도 도보 15분 거리가 아니다. 분명히 웹사이트엔 도보 15분 거리라고 적혀 있는데… 돈 아낄려고 걸었으면 또 죽도록 고생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에게 도보란 달리기를 의미하는 걸까…

지브리뮤지엄은 건물부터가 심상치 않다. 내부는 더 특이하지만 실내에선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실내에 전시되어 있는것들은 지브리의 팬이라면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다. 설정집이나 다양한 모형들,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모형들, 눈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인형의 움직임, 손으로 직접 돌리면 재생되는 애니메이션등등… 우리가 갔을땐 하이디 특별전중이었는데 하이디는 거의 기억에 없어서 좀 아쉬웠다.

특히 1층의 소극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15분짜리 단편애니메이션은 지브리뮤지엄의 하이라이트. 입장권의 체크를 통해 한번만 보여주기 때문에 다시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정말 재밌었다. 이 나이에 지브리뮤지엄에서만 볼 수 있는 토토로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내 친구도 그랬다니 나만 이상한 건 아닌듯. 3층인가에는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버스도 만들어져 있어 애들이 막 뛰어논다. 버스를 빨지 않아서인지 냄새가 좀 심하긴 했지만…

라퓨타에 나오는 거신병은 옥상에 있다. 찾아가는 길이 미로같아 찾기 힘들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기에 인기있다.

한 2시간동안 지브리뮤지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기념품가게에서 키키의 피겨를 하나 사고 나오니 벌써 오후다. 우물에 있는 펌프에서 신나게 펌프질 몇번 해주고 지브리뮤지엄에서 나와 전철로 동경역으로 돌아왔다.

동경역에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 중에 회전스시집을 발견했다. 배도 고팠고 일본에 와서 지금까지 스시를 한번도 못 먹었기에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이곳에선 A세트,B세트 식으로 스시셋트를 팔고 있었는데 일단 가장 싼걸로 주문했다.

7개에 800엔정도니 비싸지도 않았고 크기도 엄청 커서 다 먹은 뒤에는 배가 불렀다. 그래도 이왕 온김에 2접시를 더 집어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신칸센을 탔다. 도쿄에서 신오사카까지는 히카리로 3시간 가까이 걸리므로 가까운 거리는 아닌지라 기차내에선 꽤 지루했다.

이야기하다, 자다, 경치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쿄토다. 저 멀리 쿄토타워가 보인다. 조금 있으면 신오사카다. 신오사카에 다시 돌아왔음은 우리의 여행도 끝나가고 있음을 말한다.

신오사카역에 도착해 저녁으로 적당할 듯한 도시락을 하나 사서 하카다로 향하는 나하에 올라탔다. 물론 이번에도 레가토시트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할때 탔던 나하와는 기분이 다르다. 기차여행을 할땐 지금까지 있던 곳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가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오사카와 동경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간다.

사요나라 오사카, 사요나라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