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간접체험이다. 세상의 모든걸 경험할 돈도, 시간도, 흥미도 없기 때문에 극장에서의 단 몇 시간의 간접체험은 가치가 있다. 근데 그 간접체험을 할때 중요한게 내가 그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느냐는거다. 아메리칸 갱스터와 비슷한 내용의 ‘트래픽’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굉장한 리얼리티와 연출로 호평받았던 영화였고 아카데미 몇개 부분 후보에 올랐던 영화였다. 근데 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갔었다. 그땐 내가 어려서 지금보다 비판의식이 없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마약에 쩔어서 찌질대든 말든 그때는 내 알바 아니였던 때였다. 적어도 한국의 상황은 그 정도는 아니었고 ‘우리가 돈내고 극장까지 가서 미국 약쟁이들 걱정해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거다. 같이 본 친구는 역시 아카데미상은 믿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내 기억에 트래픽은 그 정도 영화였다.
아메리칸 갱스터도 그런 분위기의 영화다. 껌 사는것보다 마약 사기가 더 쉽고, 마약판매상과 경찰이 상부상조하던 70년대 미국 이야기다. 한국의 70년대도 이해 못하는 내가 미국의 70년대 상황을 이해할 리 없는데 한술 더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약이란 소재까지 들어가니 내 상식상으로는 공감할 수가 없는 영화인거다.
그런데,,, 공감이 갔다. 그 시절 그 공간에 없었기 때문에 재현이 제대로 된건지는 모르겠다만 영화속에 재현된 각 장면들이 모두 공감이 갔고 또 진지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영화는 결국 내가 공감할 수 없느냐 있느냐가 중요한거다. 감독이 아무리 철학적이고 멋지고 즐거운 이야기를 영화속에 펼쳐놓아도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기준에 그 영화는 아웃인거다. 영화도 감독의 장인정신이 느껴져야 좋은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아무튼 리들리 스콧 감독은 대단하다.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거기에 연기력 폭발의 덴젤워싱턴과 러셀크로우까지 나오니 더 할말이 없다.
* based on a true story
* 리치 로버츠가 변호사가 된 뒤에는 프랭크 루카스의 변호를 맡았고 또 프랭크 루카스 아들의 대부를 맡으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 참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