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슈프리머시

시종일관 스피디한 진행으로 눈을 뗄 수 없게 한 영화지만 뒷 마무리가 좀 엉성했다.
아무리 ‘sorry’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 들 삶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의 딸을 찾아가 미안하다고 할 여유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걸까…
이 부분은 마치 마라톤의 시초가 된 병사가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스피디한 진행은 좋았지만 엔딩까지도 스피디하게 마무리되는건 좀 그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를 보지 못했음에도 스토리를 따라가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순서대로 보는게 좋겠지만 뒤편을 먼저 보고 앞편을 나중에 보는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듯 하다. 마치 시간이 역구성되는 영화들처럼 말이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

알츠하이머병을 소재로 했지만 이제 그리 특이한 소재는 아니다.
‘첫키스만 50번째’에서 드류배리모어는 치매는 아니지만 바로 이전날의 기억이 지워지는 병에 걸렸었고,
노트북에서 노년의 레이첼맥아담스도 어느 순간 이후의 기억이 항상 지워지는 병에 걸렸었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라도 나는 이런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슬프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사랑했던 기억, 사랑했던 순간들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수진이 철수에게서 떠나간 후 그녀는 그를 잊지 않겠다고, 마음속에 항상 기억하겠다고 편지를 보내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잊고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사람들은 잊고 싶은 기억은 머리속에서 빨리 사라지길 바라고, 소중한 기억은 언제까지고 기억하길 바란다.
철수의 잊고 싶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용서’에 의해 소중한 기억으로 치환되었지만, 수진의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싶었던 기억은 지워지게 된다.
기억은 이처럼 우리의 노력에 의해 바뀔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그들은 다시 차를 같이 타고 어딘가로 떠나갔지만 그들의 행복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 영화의 엔딩크래딧이 올라올때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정우성이 편지를 읽을때의 오열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손예진은 아무래도 멜로쪽이 어울리는 듯 하다. 깨물어 주고싶을 정도로 귀여우면서 발랄하지만 병을 알게 된 뒤로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깊은 슬픔… 그리고 편지를 읽을때의 그 애절함이 인상적이었다.
‘a moment to remember’라는 애절한 느낌의 곡은 시기적절하게 흘러나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한몫했다.
비록 영화의 여기저기에 어색한 스토리 연결과 CF를 보는듯한 장면이 몇몇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