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기 쓰기 귀찮아서 안쓰고 있었는데 더 이상 미루면 다 까먹을꺼 같다. 대충이라도 빨리 써야겠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감상과는 거리가 먼 사진 설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민박집에서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영국의 기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나는 전날 저녁엔 비도 오고 저녁이었기 때문에 시원한건지 알고 다음날은 여름이니 당연히 더울줄 알았는데 일어나보니 덥지 않아 놀랐다. 한국의 한가을 날씨보다 시원하잖아. 도대체 뭐하는 나라야?
여행 첫날인만큼 나름 빡빡하게 스케줄을 짰다. 한 나라의 수도이니 런던도 엄청 넓을 줄 알고 있었다. 이게 큰 착각이었다는건 런던에서 하루 지나고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딜 가나 첫날은 많이 돌아다니고 싶은거니까… 아무튼 대충 아침을 먹고 민박집을 나왔다.
영국에 왔으니 그래도 버킹검 궁전을 먼저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여왕님이 차도 한잔 주실테고…는 커녕 궁전 들어가는 것도 돈 받아서 못들어감;
민박집이 buckingham palace road 근처이므로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기만 하면 궁전까지 직행이다. 쭉 타고 올라갔다. 가면서 길거리를 구경하는데.. 아 이국적이야. 빨간 이층버스 시도 때도 없이 다녀주시고, 길거리엔 엘프들도 다니신다. 키는 왜 다들 커. 호빗된거 같아. 저 인간은 남자인 내가 봐도 왜 이렇게 멋진거야. 이런 생각 하다 보니 어느덧 buckingham palace다.

직접 보니 별 기대도 안하긴 했지만 왠지 실망스럽다. 이걸 보려고 영국 온게 아닌데;;; 성수기임에도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여긴 인기 관광지가 아닌 줄 알았다. 적어도 근위병 교대식을 하기전까지는…

대문 사진 몇 장 찍고 보니 할 것도 없다.
“한시간 반쯤 있다 교대식 한다는데 기다릴까?”, “사람도 별로 없는데 10분전쯤에 오자.”
그래서 딴데 가기로 했다. 멀리 가기는 그렇고 가까운 하이드 파크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이드 파크로 가는 길은 너무 좋았다. 나무도 많고, 보행자 도로는 자동차 도로보다 더 넓은 느낌이고, 차도 별로 없다. 길거리엔 조깅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간다. 런던엔 참 조깅하는 사람이 많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 갔을때 조깅하는 사람을 보면 ‘런더너가 여기까지 출몰’ 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진짜 킹왕짱 많다. 재밌는건 조깅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있다는 것. 산책길은 물론 시내 한복판, 유명관광지, 예를 들어 런던아이나 타워브릿지같은 곳에서도 조깅을 하고 있다. 이 혼잡한 곳에서 왜 저러고 있는거야? 가장 놀랐던 적은 프라하 가려고 루톤 공항에 갔었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는 상황에, 그것도 공항에서 누군가가 조깅을 하고 있었던 것. 영국 사람들은 운동을 좋아한다더니 진짜다.

길을 가는데 횡단보도마다 이런게 달려있다. 건너고 싶으면 누르라는거 같다. 누르면 바로 파란불 들어오는지 알고 눌러봤다. 반응없다. 기다렸다. 옆에 런더너 한분 오신다. 빨간불인데 그냥 지나가신다. 차들이 오다가 다 멈춰선다. 더 놀라운건 빨간불에 건너는데도 경적을 울리는 차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아 젠장 이게 선진국이구나. 길 하나 건너는데도 한국과의 차이를 이렇게 느껴야되나. 방금전에 저게 뭔가 네이버에서 찾아봤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영국은 보행자 우선이기 때문에 이 버튼을 누르면 신호등이 보행자 우선으로 파란색으로 바뀐다’ 라고 하던데 눌러봤자 별 효과도 없는거 같고, 나중엔 파란불이든 빨간불이든 차 없으면 그냥 다녔다. 나중엔 이게 익숙해져서 다른 나라 갔을때도 빨간불에 막 걸어다녔는데 갑자기 차가 경적을 울려서 깜짝 놀랐다. 그때는 당연히 내가 잘못한것임에도 ‘저 사람 왜 저래 놀랐잖아’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무단횡단이 익숙해져 있었다.

저기만 넘어가면 하이드 파크다. 저게 뭔지는 잘 모르겠음. 난 런던에서 하이드 파크가 가장 좋았기 때문에 저 문만 한 5-6번은 본거 같다.

징그러울 정도로 크던 오리와 백조들. The Diana Princess Of Wales Memorial Walk 가는 길 쪽에 호수가 있는데 거기에 정말 저글링 떼처럼 모여 있었다.

‘The Diana Princess Of Wales Memorial Walk’라 적혀 있는 하수구 뚜껑. 다이아나 왕세자비는 왕세자와 이혼 후 전하(Her Royal Highness) 대신 다이아나, 웨일즈의 공주(The Diana Princess Of Wales)라는 칭호로 불렸다 한다. 그래서 하수구 뚜껑에 적혀진 글도 저렇다. 사실 난 다이아나 왕세자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별 감흥은 없었다.

Diana Memorial Fountain이다. 링 모양의 원형 fountain인데 무슨 의미로 만든것일까 친구와 이야기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이 결국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의미일까? 모르겠다.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하이드파크 옆의 호수다. 비도 조금씩 내리고 흐려서 사진 찍기엔 별로였지만 돌아다니기엔 정말로 좋았다.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았지만 런던은 유명 관광지임에도 관광보다는 런더너들의 삶에 더 신경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궁전으로 돌아왔다. ‘이 사람들 다 어디서 나온거야?’ 라고 한숨 지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교대식 구경은 커녕 길을 지나갈 수도 없었다. 아 여기 관광지 맞구나… OTL

말 타고 통행을 통제하시는 아줌마. 말이 어찌나 큰지. 한국에서 보던 말들과는 왠지 다른 것 같았음. 때문에 한번 쓰다듬고 싶어도 뒷발차기 당할까봐 못 쓰다듬었음. 교대식이고 뭐고 물건너 갔고 딴데나 가보자고 해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뉴턴 무덤이 있기로 유명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가기로 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여기 도착하기 전에 웨스트민스터 대성당도 들렀는데 그냥 그랬다. 사원에는 뉴턴의 무덤이 있기에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입장료가 ㅎㄷㄷ… 어차피 런던에선 시간이 남아돌껄로 예상했기에 나중에 시간과 돈이 남으면 들어가 보기로 했지만… 결국 못 들어갔다. 뭐든 그때 그때 해야지 나중에 할려면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국회의사당. 저것은 빅벤이 아닌가. 영국은 의회정치가 발달한 나라답게 왕궁보다 국회의사당이 더 간지 좔좔이다.

사진으로 보면 미니어처같은 느낌이지만 실제 보면 나름 거대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영국의 국회의사당은 왜 강변에 있는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모르겠음.

국회의사당도 보이고 런던아이도 보이는걸 보니 여긴 국회의사당에서 런던아이쪽으로 갔다가 쭉 가다보면 있는 다리를 건너다가 찍은것 같다. 이 다리에는 아마 전철도 지나가고 있었지.

왠지 런던답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이다. 나무가 많아서 그럴까. look left라 쓰여진 횡단보도가 많아서 그럴까. 아니면 빨간 이층버스가 있어서 그럴까. 자세히 보니 사진 왼쪽 나무 부근에 조깅하는 사람 2명이 보인다. 아마 저들때문에 런던 다운 것 같다.

영국은 어딜 가도 공원, 동물이다. 아침엔 비가 오더니 어느샌가 하늘에 파랗게 변해가고 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러운게 과연 영국답다. 어이가 없는건 해가 떴는데도 덥지가 않아. 한국에서 이 날씨라면 방에서 에어콘 틀고 버로우 타고 있을 상황인데…

공원에서 쉬다가 national gallery에 도착. ‘미술은 개뿔도 몰라도 된다’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달려가며 그림 보기 신공을 전개해 1시간도 안되는 시간만에 관람을 완료함. 지금 기억나는건 고흐의 해바라기 뿐. 미술에 별 관심도 없으면서 national gallery에 간 이유는 그 앞에 트라팔가 광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갤러리가 공짜이기도 해서…-_-;;

트라팔가 광장은 1894년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왕실의 마구간 자리를 닦아서 만든 광장이다. 광장 중앙의 넬슨 제독 석상은 높이가 52m이고 석상의 내면에 있는 큰 청동 사자 상은 프랑스군으로부터 노획한 대포를 녹여서 만든 것이다. 매년 12월 31일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키스를 나누는 장소이다.트라팔가 광장은 그냥 광장이다. 당연한가 -_-; 난 역시 밀실 타입인지 광장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얼굴만 타는데… 광장에서 벗어나 갈 곳도 없어 다시 하이드 파크를 갔다

하이드파크의 풀밭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저 녀석이 풀밭에서 뛰어다니는거다. 사람이 나타나면 당연히 도망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뛰어온다. 그리고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했다. 먹을꺼 달라는 거 같긴 한데 쥐 종류가 먹을꺼 달라고 사람한테 달려드는건 또 첨 봤다. 당연히 먹을꺼 없어서 구경만 하고 있었더니 ‘이 녀석들 먹을꺼 없네. 쳇! 공쳤군’이라는 느낌으로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서 저러고 있었다. 저러고 꼼짝 안하고 있는걸 보니 다른 사람이 오면 잽싸게 뛰어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울쥐는 역시 먹고 살기 힘들구나…

하이드파크를 걷다가 아침에 왔었던 파크 옆 호수로 또(!) 갔다. 그냥 쉴려고 간건데 호숫가에 있는 보트가 타보고 싶어졌다. 남자 둘이서만 보트 타는건 굉장한 심적 압박이 있긴 하지만 영국까지 와서 그런거 눈치 봐야 되나 싶어 탔다.

아… 이거 장난 아니고 조넨 힘들다. 첨엔 재밌었는데 한 30분 넘어가니까 밟아도 나가질 않는게 물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계속 밟았다. 주위 사람들 보니 그냥 호수 한가운데서 쉬고 있던데 우린 돈 낸만큼 굴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굴렸다. 여유도 아무나 누리는게 아니지… 사실 row boat를 타고 싶었는데 노 젓는법을 몰라서 못 탔다. 지금 생각하면 다리로 가는건 걷는데 무리가 오니 삽질하더라도 row boat를 탈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걸 타고 얼마나 체력 소모를 했던지 프라하에 갈때쯤엔 이미 여행을 끝내기라도 한것마냥 떡실신 상태였다.
이거 한시간 가까이 타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길래 민박집 가서 저녁 먹고 나와서 야경이나 보기로 했다. 그래서 민박집 들어가서 라면 끓여먹고 나니 아직 해질려면 좀 있어야 될것 같아서 잠깐 쉬다 나가자고 침대에 누웠는데… 아침까지 잤다. OTL
덕분에 야경은 커녕 여행 첫날부터 숙면을 취했다.
저도 하이드 파크 정말 백번 다녀왔네요. pret의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항상 하이드파크에 갔지요. 전 유럽가서 무단횡단하는 습관만 생긴 것 같습니다 ㅡ.ㅡ 한국 돌아와서도 자꾸 차가 없으면 건너려고 발이 한발짝..
전 하이드파크는 구경다니다 쉬러 갔었는데 나중엔 그냥 좋아서 갔었네요. 그런 대도시 한복판에 그정도 규모의 공원이 있다는게 굉장히 부럽더라구요. 지금도 하이드 파크에서 느긋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리고 무단횡단은 좋지만 항상 좌우는 잘 살피시길… 저는 영국의 look left는 ‘무단횡단은 해도 좋은데 차 오는지는 잘 봐’ 이런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