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열정사이 – rosso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기에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감동적인 음악이 있는 영화가 더 괜찮은 듯 하다.
이 책은 철저하게 1인칭으로 씌여진 덕분에 아오이가 사랑하는 쥰세이의 감정에 대해서는 후반부 빼고는 알 길이 없었고 이걸 알려면 아마도 blue를 봐야할 듯 하지만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때 사랑했다가 헤어지고 10년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킨다면 그건 정말로 ‘정’이 아닌 사랑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하는 드라마중에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유덕화와 장미희의 사랑과도 매우 비슷하다. 아마 ‘냉정과 열정사이’를 참고한 듯한… 유덕화와 장미희는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여러조건때문에 헤어지고 진정 사랑한다면 30년후에 발리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이는 ‘냉정과 열정사이’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아무튼 blu와 rosso라는 두개로 나뉘어진 구성때문에 꽤 많은 인기를 얻은 책이지만 그 인기에 비해 그다지 재미는 못 느꼈다.
어떻게 그들이 사랑했는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는 별로 없었고 그냥 똑같은 일상생활의 반복만을 묘사하며 말 그대로 ‘냉정’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 인상 깊은 구절–

“사람의 있을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태엽감는새-2


“요컨대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요? 정말 그렇잖아요? 언제까지고 늘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누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겠어요. 그럴 필요가 있겠어요? 만일 가령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말예요, ‘시간은 아직 충분히 있으니까.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생각하면 되니까’ 하게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우리들은 여기에서, 이 순간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요. 내일 오후 나는 트럭에 치여서 죽을지도 몰라요. 사흘 후 아침에 태엽 감는 새님은 우물 속에서 굶어 죽어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죠? 무엇이 일어날지 누구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죽음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필요한거예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죽음이라는 존재가 생생하고 거대할수록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사물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주인공은 3년전쯤 삿포로의 스낵바에서 노래를 부르던 청년을 다시 보게 된다. 그때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밖에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령 누군가가 정말로 괴로워하는 광경을 눈앞에 보면서 우리들도 그 괴로움이나 고통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공감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런 말을 한 청년에게 주인공은 분노를 느낀다. 자신은 아내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기때문이다.
주인공은 청년을 피가 나고 저항할 수 없을때까지 때린다.
그러나 그건 자기자신에게서 도망가는 방법일 뿐이었다.

주인공은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도망갈 수 없으며 도망가서는 안된다. 그것이 내가 얻은 결론이었다. 설사 어디에 가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나를 따라올것이다. 어디까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