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10월까지 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 – ‘조제~’를 보고 난 뒤 ‘이누도 잇신’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이와이슌지’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과 비슷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메종 드 히미코에 대해서는 꽤 긴 감상을 남겨 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지 꽤 오래되었기에 충분히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감상을 남겨야 할지 모르겠다. 감독의 이전작처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사회적 편견을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이런 부류의 영화가 말하는 공통적 주제다. 그렇더라도 감독의 등장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이누도 잇신’은 실제로도 굉장히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오다기리 죠’는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지다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멋졌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러브액추얼리’의 구성을 그대로 따온 작품인지라 그다지 기대 안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사실 굉장히 진부한 작품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관록있는 연기는 내용을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다. 개인적으론 극장주인과 카페집사장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특히 마지막 극장에서의 고백은 최고! 각각 등장인물들의 행복한 장면을 4분할로 표현한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패스트앤퓨리어스 도쿄드리프트 – 꾸준히 신작이 나오는 레이싱 시리즈물. 도쿄에 가봐서 그런지 꽤 낯익은 장소가 몇군데 있었다. 신나는 음악과 스피디한 진행, 수많은 쭉빵녀들, 그리고 감각있는 카메라워킹과 화면전환등으로 마치 게임하듯 즐길 수 있는 영화. 막판 휴대폰을 통한 경기장면 중계와 계속되는 드리프트 장면은 특히 흥미로웠다. 한국계인 ‘성강’이 일본인으로 연기한 부분은 좀 아쉬웠지만 가장 멋있었으니 패스.

천하장사 마돈나 – 중반까지는 지루했지만 중반 이후가 꽤 재미있었다. 쏟아지던 저질 한국 영화들에 비하면 꽤 신경쓴거 같기도 하다. 동구가 트랜스젠더가 되기에는 캐릭터가 좀 너무 튼튼하게 생겼기에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았다. 주인공보다는 주변캐릭터들이 더 재미있었다(시도 때도 없이 꿈을 바꾸는 친구, 변태씨름선배, 초난강등). 심각한 내용이긴 하지만 꽤 잘 풀어간 듯…

야연 – 중국영화의 스케일은 중국의 경제성장만큼이나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내용만큼은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하다. 야연을 포함한 최근의 중국영화들은 ‘와호장룡’을 넘어서기는 커녕 절반에도 못 미치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더군다나 와호장룡의 장쯔이는 신선하고 아름다웠지만, 야연에서의 장쯔이는 더이상 신선하거나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상깊었던 캐릭터는 ‘영웅’에서 시황제로 나왔고 이번에도 황제로 출현했던 ‘유게’

가족의 탄생 – 옴니버스식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종반부에선 꽤 놀랐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놀랄만큼 특이한 구성, 이야기전개등등 꽤 괜찮은 영화.

타짜 – 다 필요 없고 올해 최고의 오락영화. 극장에서 두번 본건 스타워즈 ep3이후로 2번째. 조승우 간지 좔좔 흐르고, 김혜수는 은퇴안해도 될것 같고, 그 외 아귀나 고광렬역의 조연 연기도 최고였다. 2시간 20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고 시간 가는게 아쉽기만 했다. 최동훈 감독님은 앞으로도 이런 영화 쭉 만들어 주시길… 생각같아서는 타짜 2,3도 직접 만드셨으면 좋겠지만 안하신다고 했으니 아쉽다.

연애시대


이런 드라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없었다. 내가 태어나고도 없었다. 아마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이렇게 잘만든 드라마는 처음이다.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고, 한번 꼰 내용 꼬고 또 꼬고, 불륜에, 갑부에, 신데렐라에, 알고보니 친척등 완전 짜증나는 일반 드라마의 요소들은 전혀 없다. 선악구도도 없다. 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수작’인 것이다. 이런 드라마를 모르고 있었다는게 정말 한이다. 다행인건 친구의 추천으로 뒤늦게나마 볼 수 있었다는 것. 정말 감독에게 달려가 뽀뽀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사랑스런 영화다. 오죽하면 드라마 끝나고 나오는 PAT과 교보문고 선전까지도 사랑스러웠을까…
칭찬은 이쯤 하고 연애시대는 제목이 말하듯 본격 연애드라마다. 연애 이야기라면 흔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 연애시대의 신선한 면이 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가 남녀간의 사랑이 시작되고 한창 중일때를 소재로 다룬다면 이 드라마는 한번의 사랑이 끝나고 다시 한번의 사랑이 돌아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불교의 윤회사상이 생각나는 이 신선한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드문 이야기는 아니다.
어차피 드라마 ‘연애시대’는 일본작가의 소설을 베이스로 깔고 있다. 한국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란 점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드라마치고는 꽤 섬세한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역시나 일본작가의 소설이 원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시대’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원작과는 다른 여러 오리지널적인 요소도 있고 특히 손예진의 동생으로 나오는 이하나와 감우성의 친구인 공형진은 원작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비중있는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원작의 캐릭터를 100% 이상으로 살려낸 감우성과 손예진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턴가 소리 잘 지르고, 잘 울면 연기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감우성과 손예진은 울지도 않고, 소리지르지도 않는다(손예진은 한번정도 울기는 한다). 그들은 정말 일반인처럼 편안한 연기를 한다. 정말 부부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튀지 않고 그렇게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게 정말 힘든거다. 사극을 보면 이해가 안가는게 자신들이 항상 세상의 중심에 서있는것마냥 주인공들은 맨날 심각하고 맨날 진지하다는 점이다. 연애시대의 캐릭터들은 전혀 그러지 않는다.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건 일반인이면 누구나 가질법한 그런 감정들의 표현이고, 연기는 튀지 않고 안정감을 준다.
씬과 씬마다, 또 오프닝과 엔딩에서 끊임없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들에서는 노영심 음악감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에 우리’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이라는 2곡은 드라마의 엔딩곡으로 쓰인 곡인데 드라마의 분위기와 100% 싱크를 맞추는 곡이다.
‘연애시대’는 영화 못지 않은 탄탄한 구성과 달콤한 음악, 당사자들간의 심리묘사, 정말 있을듯하다는 생각이 드는 개연성있는 전개들로 인해 마지막회까지 한편도 지루하지 않게 본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