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 베네치아


취리히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이탈리아 볼로냐를 거쳐 베네치아로 갔던 날. 이탈리아 구간의 야간열차는 위험하다고 해서 약간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국에서 단체관광 오신 분들이 우리칸에 탔다. 교회에서 단체로 온 모양인데 이 사람들 약간 짜증났음. 기껏 짐 정리 다 했는데 자리를 바꿔달라지 않나, 화장실을 점거하질 않나.

아무튼 잘자고 새벽에 볼로냐에 도착. 단체로 온 사람들은 로마까지 간다고 한거 같은데 중간에 나오니 깨길래 미안하긴 했다. 이때쯤엔 왠지 굉장히 짜증이 나있었는데 여행 막바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고, 덥기도 했고 아무튼 친구나 나나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겹쳐 볼로냐역에서 약간 말다툼을 했다. 별일도 아니었는데 말다툼을 하고 나니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안에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첨보는 광경들에 신기해 하다가 나중에는 그나물에 그밥식의 경치에 질리고 체력마저 떨어져 처음의 활기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그런 경우였다. 이땐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럴때 가는 도시가 베네치아라고 한다. 베네치아는 유럽에서도 이국적이기 때문에 다시 여행에 필요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베네치아가 가까워짐에 따라 우리도 조금씩 활력을 되찾았고 어느샌가 평상시처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열차는 왠지 공산당 느낌이 났다.


종점인 산타루치아역에 도착. 여기에 도착할때까지만 해도 우린 예약해놨던 호텔이 산타루치아 역앞에 있는 줄 알았다. 호텔 약도에는 venezia mestre라고 써 있었는데 우린 mestre가 역을 뜻하는지 알았다. 그래놓고 약도를 보며 약도가 왜 이따위냐고 욕했다. 무식하면 용감해.


산타루치아역에 내리자마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넋을 잃는다는 것은 이런것임을 실감했다.


역앞에서 호텔 찾느라 30분 정도 삽질하다가 ‘여기가 아닌가벼’ 하고 ve. mestre로 가기 위해 역으로 돌아왔다. 이탈리아 열차도 유레일패스가 있으면 대부분 공짜.


s.l.와 mestre 사이의 철도길옆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역시 ve. mestre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낸 hotel delfino. 유럽에서 머물렀던 호텔중에선 가장 큰 규모였고, 객실도 크고 깔끔했다. 아침도 가장 먹을만 했다. 역에서 약간 먼것이 좀 에러.


이탈리아도 x-files


다시 열차를 타고 베네치아섬으로 왔다. 스위스에서의 구린 날씨를 보상이라도 하듯 날씨가 정말 좋았다. 길 가다가 만난 한국인 여자사람은 어제까지 비가 와서 제대로 구경도 못했는데 오늘 베네치아를 떠나야된다고 해서 울상이었다.


또 길 가다가 만난 한국인 무리가 베네치아는 하루면 보고 남는다고 느긋하게 다니라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길이 미로니까 화살표만 따라다니라고도…


베네치아엔 어딜가나 곤돌라. 이상하게 베네치아엔 짝퉁 파는 흑인들이 많았는데 명품천국에 왜 이렇게 짝퉁을 많이 팔고 있는지, 그리고 경찰들은 왜 제재를 안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로옆엔 빽빽히 들어선 가지각색의 건물들.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같은 길.



걷다가 더워서 알 수 없는 성당 그늘에서 바닥에 앉아 쉬었다.


곤돌리에는 저 좁은 수로를 어떻게 노저어 가는지 정말 신기했음.



리알토다리에서 찍은 사진.


리알토 다리. 리알토다리 근처엔 사람이 바글바글. 이 근처에서 한국인 여자사람 3명인가가 곤돌라 같이 타지 않겠냐고 제안해옴. 하지만 수상버스 일일권까지 끊은 마당에 곤돌라는 우리에게 사치였으므로 단호히 거절. 지금 생각해보니 참 미친짓을 잘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솔로인거다.


비둘기한테 먹이 주면 개 털린다는 광고. 벌금이 25유로에서 500유로까지 함. 역시 한국의 닭둘기들을 보면 비둘기는 강하게 키워야 됨을 여기서 느낌.


싼마르꼬 광장(Piazza San Marco)은 비둘기반 사람반.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했다는데 지금까지 본 광장 중 비둘기가 가장 많기는 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아쿠아 알타 현상이 일어나면 여기로도 곤돌라가 다닌다고 함.


여기서는 먹이를 줘도 되는지 먹이 주는 사람이 좀 있었음.


싼마르코 성당.


돌아다니다가 여기쯤 와서 ‘리도섬이나 가자’하고 수상버스를 타기로 함.


수상버스를 탔다. 생긴건 배인데 안은 완전 버스.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열린다는 리도섬.


베니스 영화제 열리는 곳이라서 와보긴 했는데 해변 말고 특이한건 없었으나, 아드리아해변은 아름다웠다. 특히 해변에 토플리스 여인네들이 많아 컬쳐쇼크에 빠짐. 이런건 국내도입이 시급함.




리도섬을 돌고 다시 베네치아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감.


수상버스는 유람선과는 다른 특이함이 있었다.


베네치아섬 가다가 크루즈선 발견. ‘어머 저건 타야 돼’라고 외쳤으나 탈 수 있을리 없잖아.


다시 베네치아섬으로 돌아왔다.




베네치아엔 크루즈선이 많았다. 저건 또 어디로 떠나는걸까.



감옥으로 연결되는 다리였던 탄식의 다리는 공사가 한창. 이 다리를 건넌 사람중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카사노바가 유일하다고 함.


싼마르꼬 광장에 있는 종루. 올라가는데 5~6유로 정도 했던거 같다. 이런건 일단 올라가고 봐야 함.





종루안에 있는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종이 울려서 머리 깨지는 줄 알았다. 종루안에서 굉장한 동양미녀를 발견했는데 그옆에는 서양인 훈남이 서 있길래 친구와 함께 저주를 마구 퍼부었다. 그래봤자 열폭일 뿐. 귓가로는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가 종의 울림과 더불어 에코됨.


싼마르코광장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할일이 없다는걸 깨달은 우리는 딴 곳으로 가기로 했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역시 별볼일 없음을 깨닫고는 중심가로 가서 저녁이나 먹기로 했다.


수상버스를 탔다.


수상버스가 역에 설때는 승무원 누나가 저 밧줄을 휙휙 던져서 기둥에 휙휙 감아서 배를 고정시켰는데 동작이 어찌나 신속하고 정확하던지 놀랐음.


슬슬 밤이 다가오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피자가게에 들어감. 어디가 맛집인지는 당연히 조사 안했으므로 그냥 사람 많은 가게를 들어갔는데 피자맛이 shit이었음. 다시는 이탈리아 피자 따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저녁 먹고 다시 리알토 다리에 가 봤다. 좀 다른 느낌.


저녁의 베네치아.


싼타루치아역에 가기 위해 다시 수상버스를 탔다.


수상버스가 싼타루치아역에 도착했다. 다시 열차를 타고 호텔이 있는 ve. mestre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쉬다가 NDSL을 했는데 기묘하게도 이날 유럽 와서 틈틈히 했던 슈퍼마리오 게임(이탈리아 배관공이 주인공인)을 끝탄 깨버렸다. 공주가 해주는 키스에 마치 이탈리아를 정복한 듯한 쾌감 따위는,, 전혀 못 느끼고 유럽까지 와서 뭐하는 뻘짓이냐는 생각이 들어 바로 발 닦고 잤다.

8.15 / 루체른


루체른 투어리스트 호텔에서의 아침. 호텔에서 주는 조식을 먹고 나서 자긴 파프리카를 후식으로 먹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한입 베어물었으나 도저히 못먹을꺼 같아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피망을 어떻게 과일처럼 씹어먹는단 말인가.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온다. 올테면 오라지.


구린 날씨의 루체른.


누군가 식빵을 집어던지자 그 고상하다는 백조들이 미친듯이 몰려들었다. 미운오리새끼가 이 광경을 봤다면 그다지 백조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텐데.


오늘은 리기산을 가기로 했으나 이 날씨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산에 안가면 할일도 없고 유람선 시간도 맞고 해서 그냥 올라탔다.


스위스에도 산동네가 있구나.


유람선에서 내려 리기산 올라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 내부는 상태가 좀 안 좋다.


아무것도 안보여.


아무것도 안보여.


아무것도 안보여서 체념하고 앉아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상에 올라가면 뭐 좀 보일줄 알았다.


정상에 올라왔다. 아무것도 안보여. 장난하냐?


경치고 뭐고 아무것도 안보여서 카페 안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여기서도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발견. 앉아있다가 신혼여행 온 여자가 말을 걸어오길래 이 얘기 저 얘기를 했다. 그녀는 뭔가 좀 따분해하는 듯 했다.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은 눈치도 없이 여기저기 혼자 잘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여기서 저런 풍경도 보이나 보다. 내가 저 사진 볼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나…


한국인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유람선 타는 곳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큰 케이블카는 첨 본다.


마을에 오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 아주 엿 먹일려고 작정을 했구나. 우산 썼는데도 신발 다 젖어서 기분이 아주 상콤했다.


바로 유람선이 오질 않아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오길 기다렸다.


유람선을 탔다. ‘이제 가는구나’하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비도 맞았는데 맛있는거나 먹자고 퐁듀집에 들어갔다. 치즈퐁듀는 좀 그렇고 차이나퐁듀를 시켜봤다. 샤브샤브랑 비슷한 느낌. 아까워서 다 먹긴 했는데 맛은 그닥. 빵, 밥에다 구운감자까지 주니 배가 부르긴 했다.


이탈리아 볼로냐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취리히로 가는 열차를 탔다. 스위스 열차엔 사람이 참 없다. 한칸이 다 우리꺼.

취리히에 도착하니 스위스를 떠나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스위스는 멋진 나라였다. 경치도 멋지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멋졌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부러운 나라. 그런 나라를 떠나서 우린 유럽의 한국이라는 이탈리아로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