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 프라하

애니메이션 '몬스터'에 나오는 프라하성과 카를교

그동안 계속 프라하에 대한 여행기를 못 쓰고 있었던 이유는 사진을 보면서도 이걸 가지고 뭘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프라하에서 찍은 사진들은 내가 봐도 그냥 그렇다. 프라하가 안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영국 일정에서도 썼었지만 영국에서 너무 힘을 빼놔서 프라하에선 정말 떡실신 상태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프라하는 영국보다 덥고, 공원도 거의 없었다. 사진은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의 당시 상태를 반영한다는걸 확실히 느꼈다.


OK하우스에서 staff아저씨의 자세하고 친절한 프라하 여행방법 설명을 듣고 길을 나왔다. 프라하엔 이런 도로가 굉장히 많다.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 또한 그렇다. 참 연비 잘(?) 나오고 승차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건 사람이 길을 다닐때도 마찬가진데 우린 나중엔 이 돌을 보면 지압석이라고 불렀다. 정말 유럽엔 이런 길이 참 많다.


프라하 성으로 가는 길. 하얀 벽과 빨간 꽃, 파란 하늘이 어울린다. 저긴 사람이 사는건지 마는건지 프라하를 떠날때까지 몇번이나 왔다 갔다 한 길이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하긴 그걸 알아서 뭐하게?


친구는 사진은 재밌게 찍어야 한다지만 저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음. 자신도 모를 듯.


성 비투스 대성당 가는 길. 유럽에 건물이 많아서 좋은 점은 이렇게 그늘을 많이 만들어 준다는 거고, 일광욕 좋아하는 유럽 사람조차 굳이 왼쪽 길로 안 가는 이유는 햇살이 살인적이었기 때문. 유럽은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만 가면 가을만큼 시원한데 햇살 아래에만 가면 지옥. 누구말로는 ‘직사광선’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나…


기도하는 건 좋은데 기도할땐 대상을 직접 보고 해야지 옆을 보고 하는건 또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좁은 길을 지나 이 광장을 봤을때는 꽤 놀랐다. 저 너머 보이는 붉은 지붕들을 보는 순간 갑자기 감동의 물결이…
하지만 해가 너무 쨍해서 오래 서 있지도 못 하겠다.


성 비투스 대성당. 들어가려고 대기중인 사람들이 성당을 용처럼 휘감고 있어서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남. 이때까지만 해도 프라하엔 볼 것이 무궁무진한줄 알고 있었고, 또 프라하 일정이 2박3일이기에 나중에 가기로 하고 과감히 지나갔으나,,, 결국 못 들어감.


프라하는 인형극으로 유명하고, 길거리에서 인형극 공연도 한다는데 그런건 한번도 못보고 인형만 봤다.


완전 시장임.


시가지로 가기 위해 성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성 후문에 서 있는 근위병. 프라하성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어서 그런지 근위병이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저러고 서 있다가 화장실 갈때는 어떻게 가는건지 궁금해 계속 쳐다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그늘이 없어서 그냥 왔다.


성에서 시가지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보이는 붉은 지붕들의 집들과 그걸 캠코더에 담고 계시는 할아버지.


내려 가는 길.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던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 내려 갔다.


프라하가 붉은 지붕으로 유명하기에 이런 모습은 프라하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으나 나중에 피렌체 가보니 거기도 온통 붉은 집 투성.


역시 그늘이 최고. 여기서 한동안 나갈줄을 몰랐다.


프라하성을 내려와서 시가지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다리는 마네스프교. 이 다리를 지나가면 바로 유대인 지구가 나온다. 다리 가운데엔 트램이 지나는 길도 있다.


프라하엔 낡은 느낌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체코가 구 공산권 국가여서 그런지 이런 그림을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글을 읽지 못하니 무슨 광고인지는 모르겠으나 설마 ‘외로울땐 돈을 생각하라’, ‘스키는 혼자타야 스킬이 는다’, ‘커플들이 서로 즐기고 있을때 우린 미래를 설계한다’ 등의 문구는 아니겠지.


프라하를 특징짓는 건물들과 트램. 프라하엔 유난히도 트램이 많고, 장식이 화려한 건물이 많다. 첨엔 멋지게 보이다가도 사람이란 역시 간사한 것인지 나중에 보면 아무 느낌 없어짐.


화약탑.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인다고 함.


풀색 뉴비틀때문인지는 몰라도 왠지 좋은 느낌의 색감.


천문시계. 프라하 낚시의 최고봉.


천문시계는 구시가지 쪽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위쪽원은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태양, 달, 천체를 나타내 천동설에 입각한 우주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며, 아래쪽 원은 달력으로, 농민들의 생활을 12달로 나눠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매시 정각에 죽음의 신이 줄을 당기면 12사도가 창문을 열고 나오는데, 정각이 되기전에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정말 발 디딜 틈도 없다. 때문에 더위를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정각이 되서 몇십초 가량 벌어지는 모습에서의 실망이란…. 지금 나랑 싸우자는거임?


구시가지 광장의 얀후스 기념비, 저 멀리 보이는 틴 성당. 구시가지 광장엔 마차도 참 많다.


틴성당에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입구가 어딨는건지 3번을 넘게 주위를 돌아도 안보이기에 더위만 먹고 지쳐서 근처에 있는 알 수 없는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은 역시 서늘하고 의자도 있어서 쉬기 참 좋다. 한참 쉬고 있는데 뒤에서 한국어로 작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소리. ‘더워 죽겠다. 집에 가서 좀 쉬고 나중에 나오자’  니들도 힘들구나…


천문시계와 틴성당을 한눈에.


유태인 지구를 걷다가 서양 사람들이 차 손잡이를 잡고 사진을 찍고 있길래 뭔가 싶어 봤더니 페라리. 차엔 별 관심 없지만 사람들이 계속 사진 찍고 있는걸 보니 좋긴 좋은 차인가 보다.


길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프카의 동상. 동상치고는 약간 특이함.


개를 너무 좋아하는 아줌마.


또 정처없이 걸었다. 프라하는 하루면 충분하다더니 정말 그런듯 싶다. 이 사진을 찍었을때의 느낌은 분명히 기억하는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였다.


강변에서 잠깐 쉬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책에서 체코의 TGIF도 괜찮다길래 TGIF엘 가봤다.


한국에서는 TGIF고 뭐고 패밀리레스토랑은 싫어하는데 왜 갔냐면 어차피 유럽에서 밥 먹는데 비싼건 똑같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맛집 찾아다니기도 귀찮고 해서 그래도 공인된 TGIF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또 지금 생각해보니 8월 1일은 금요일이었다. Thank God It’s Friday
일단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ㄷㄷㄷ.. 여기 체코 맞아? 싶을 정도로 한국과 다름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또 다른데 찾기도 귀찮고 체코화도 어차피 남을꺼 같아서 그냥 적당한걸 시켰다. 기네스 맥주 하나 먼저 시키고 좀 쉬고 있었는데 음식은 또 왜 이리 안나오는지… 그동안 빅맥만 너무 먹어서 그런지 빨리 안주니까 화가 났다. 그래서 왜 안나오냐고 물어보려다 말을 잘 모르니 그것도 못하겠고 그냥 안에서 사진이나 찍었다.


유럽의 TGIF는 이런 분위기.


한참을 기다리니 나온 음식. 나름 먹을만 했다. 빅맥 안먹은 것만 해도 감사임.

다시 밖으로 나와 백만불짜리 야경이라는 프라하의 야경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런던에서 해가 안 지는걸 보고 이미 각오는 했지만 해 참 안진다.


카를교위에서 찍은 프라하의 야경. 삼각대는 당연히 안 들고 나왔으므로 야경은 거의 포기였다. 삼각대 안 들고 나온게 얼마나 후회되던지 담에는 꼭 들고 나오겠다고 다짐에 다짐했지만 역시 다음에도 안 들고 나갔다. 삼각대는 여름에 들고 다니기엔 너무 무겁고 걸리적거림.


야경만큼이나 좋았던 카를교 위에서의 작은 음악회들. 여기서 몇시간이고 있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기에 민박집에 가서 일찍 쉬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의 프라하는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약간 무서웠다. 프라하는 유명관광지임에도 아직 경제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시가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로등도 별로 없었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거기다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다 다시 길을 찾아 돌아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어이가 없어서 ‘우리 왜 만날 이렇게 강행군하냐? 유럽으로 훈련왔나?’ 라고 말하며 웃어버렸다. 민박집에 돌아왔을때는 12시가 넘어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프라하에서의 첫날도 강행군이 되어 버렸다.

7.31 / 런던->프라하


런던 마지막날이다. 이미 보고 싶은 건 다 봤고, 더 보고 싶은 것도 없다. 
랜드마크 구경가는 건 여행이 며칠 안됐음에도 약간 질려 있었다. 사실 그런거 볼려고 여행 온게 아닌거 같기도 했다.
암튼 오늘은 발길 닿는데로 떠돌기로 했다. 저녁엔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도 타야 하고…


갈데도 없어서 근위병 교대식이나 다시 보러 갈까 했는데 역시 GG다. 거리는 이미 저글링으로 인구수 200 다 채운 느낌이다.
한국인들만 사진에 환장하는 줄 알았는데 외국인들도 사진 열심히 찍는다. 외국인들도 본 목적이 구경이 아니라 사진 찍는거 같았다.


철창 넘어에서 뭘 하긴 하는데 이미 넘쳐나는 사람들 때문에 흥이 다 깨졌다. 사실 교대식 같은거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더 편하게 볼 수 있다.

대충 교대식을 보고 하이드 파크 가서 죽치고 앉아서 쉬다가 배가 고파서 하이드파크 위쪽 동네를 가봤는데 점심 먹을만한 곳이 없었다. 다시 죽도록 코치스테이션까지 걸어 내려와서(2일간의 고된 행군으로 이미 떡실신 지경) 근처 가게에서 영국의 피쉬앤칩스를 먹어보기로 했다.
영국의 음식문화는 악명이 높기 때문에 피쉬앤칩스도 그다지 먹어보고 싶진 않았지만 파운드화도 좀 남았고 빅맥보다 좀 비싼걸 먹어보고 싶기도 했다.


아 ㅄㅄㅄ 이걸 왜 돈받고 파는건지. 배만 안고팠으면 절반도 못 먹을뻔 했다. 칩스는 말 그대로 감자튀김이고, 피쉬는 대구 튀겨놓은건데 이것보다 한국에서 명절에 먹는 대구전이 훨씬 맛있다고 장담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이스터 카드를 환불받으러 갔다. 오이스터 카드를 직역하면 굴카드다. 왜 이름이 굴카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영국에선 이거 하나면 외국인이고 내국인이고 버스와 전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 사실 런던은 일정이 넉넉하면 모두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다. 그리고 여행 다닐땐 전철이나 버스 타고 어딜 빨리 가기보다는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카드를 교환하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그냥 거리를 싸돌아 다녔다. 영국도 자동차는 거의 수입하므로 메이커는 대부분 포드나 도요타, 아우디, 폭스바겐 등등이 주를 이룬다. 거리를 다니며 차 내부를 유심히 봤는데 대부분이 수동이다. 또 카오디오가 아직도 카세트테잎이 달려 있는 차가 많았다.


거리 돌아다니기에도 지쳐서 비행기 타러 가기 전까지 벤치에 앉아 있기로 했다. 이제는 여행이고 뭐고 귀찮다. 왠지 괜히 여행 온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체력이 있어야 뭐든 흥미가 생기는 법인데 너무 무리해서 그런것 같았다.
쉬면서 영국 동전을 봤는데 여왕님 그림이 다 제각각이다. 처음엔 다 똑같은건지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해마다 점점 옆모습이 뚱뚱해지고 있다. 참 쓸데없는데 신경 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세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전 디자인이 참 다양하다. 파운드는 억지로 다 썼지만 페니는 도저히 쓸 곳이 없어 결국 한국까지 가져왔다.


이제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어 민박집에서 짐을 찾기로 했다. 2박3일간 머물렀던 ‘싸이런던’ 민박집. 정말 웃기는 곳이다. 여기 욕을 다 쓰려면 200자 원고지 100장으로도 모자랄 정도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냥 좋게 생각하고 말 일이다. 그래도 이 한마디는 하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은 든다. ‘아주머니. 민박집 해서 빌딩 세울려고요?’


떠나는 버스 안이다. 아무래도 며칠간 머물렀던 도시를 떠나면 조금은 우울해진다. 영국에 처음 왔을때는 모든 것이 이국적이었지만 이제는 차창 밖의 모든 풍경들이 친근하다. 다시 내가 영국에 올 일이 있을까? 앞 일은 모르는거라지만 올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아쉬운 풍경들. 


어느새 루톤 공항에 도착했다. 루톤공항은 소규모 공항이다.


비행기 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버거킹에서 와퍼세트 하나 먹고, 과일이 먹고 싶어 simply food 가서 포도를 샀다. 앉아서 포도를 먹고 있는데 비행기 시간이 다 되서, 출국심사 하는 곳으로 갔는데 당연히 과일은 들고 갈 수 없으므로 입에 포도를 억지로 다 쑤셔 넣었다.


루톤 공항 면세점이다. 소규모 공항 치고는 나름 괜찮았지만 별로 살 것도 없고, 시간도 없었으므로 면세점은 패스.


소규모 공항인만큼 비행기들도 작다. 작은 비행기는 왠지 겁나고, 또 야간비행이기에 더 겁나지만 재밌을 것 같기도 했다.


덕후들은 언제 어디서든 셀폰으로 게임을 한다. 넌 역시 덕후라고 마구 놀려줬다.


우리가 탈 스카이유럽의 항공기. 생각보다 작았지만 비행기는 새것 같았다.


내 자리는 3열중 맨 왼쪽. 오른쪽엔 어떤 노부부가 타고 있었다. 저가항공기는 첨 타봤는데 비행기가 뜰때 호흡기라던가 기타 장비 사용법을 저렇게 직접 보여준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데 스튜어디스가 정말 엘프였다. 영국을 돌아다닐때도 엘프를 몇번 보긴 했지만 스카이유럽의 스튜어디스들은 정말로 상급엘프들이었다. 동유럽에는 미인이 많다더니 사실인 것 같다.
근데 이 사진을 찍을때 내 옆의 할아버지가 나를 미친놈 쳐다보듯 봤다고 내 친구가 나중에 말해줬다. 그래도 이쁜건 이쁜거임.


런던에서 프라하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을 조금 더 걸린다. 프라하에 도착했을때엔 이미 저녁 12시 가까이 되어 있었다. 입국심사 하는 사람들은 피곤해보였다. 그래서인지 입국심사는 런던에 비하면 너무 간단했다. 그냥 여권만 보고 패스다.


짐을 찾고,


프라하 공항을 나서면서 가장 놀랍고 반가웠던 것. 나는 삼성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걸 보면 누구라도 반가워 할 수 밖에 없을 듯.

공항 앞에서 AAA택시를 타고 목적지인 OK하우스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런던과는 다른 느낌이다. 동유럽이라 그런지 뭔가 좀 허전하고, 건물이 있어야 할 곳에 없는 느낌이다. 공산권 국가였다는 선입견도 있었고, 가로등이 별로 없어서 그런 느낌을 가졌던것 같기도 하다.


얼마 후 OK하우스 도착. OK하우스는 깨끗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런던의 민박집이 워낙 뭐 같았기 때문에 OK하우스는 마치 천국 같았다. 런던 싸이월드 같았으면 8명은 재울 것 같은 방에 4명만 재우는 것 부터가 감동이다.

내일부터 또다른 도시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는 설레임에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이제 프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