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 퓌센


독일 관광 첫번째 날이다. 오늘은 퓌센을 가기로 했다. 퓌센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던 이유는 사진으로 봤던 노이슈반슈타인성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던 탓도 있지만 사실 뮌헨에서 별로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우린 저 멋진 ICE를 타고……싶었지만 퓌센으로 가는 기차는 고물기차밖에는 없었다. 거기다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된다.



기차 타고 가면서 찍었던 풍경



여기서 일단 내렸다. 스케줄표를 보니까 여기서 내렸다가 다시 퓌센 가는 기차를 타야된다고 해서.
여긴 전형적인 시골역. 약간은 한국의 시골역 느낌이 났다.


기차안은 얼마나 널널한지 좌석은 다 우리꺼였음. 하지만 1등석답지 않게 좌석은 별로였음.


퓌센역. 낡고 허름한 역이었다. 전형적인 시골역.


날씨는 어찌나 더운지 성에 올라가기도 전에 기절할 판인데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은지 티켓 살때까지 한시간도 넘게 기다려야만 했다. 아침 일찍 오지 않았던 것을 얼마나 후회했던지…


호엔 슈방가우성. 노이슈반슈타인과 호엔슈방가우는 티켓을 따로 사야되는데 호엔슈방가우성을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가 뭐래도 퓌센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노이슈반슈타인성.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성 내부는 못 들어가도 외부는 돌 수 있는데 우린 시간이 남아돌았음에도 호엔슈방가우성 외부를 볼 생각을 못했다.


말똥 휘날리던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노이슈반슈타인성…… 내가 사진으로 봤던 노이슈반슈타인성은 이렇지 않았는데… 왠지 괜히 온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린 이걸 보려고 하루나 투자했는데…


가까이 가 보아도 왠지 감흥이 없다. 그동안 우린 너무 대단한 걸 많이 봐 온걸까.
입장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기에 일단은 그늘에 앉아 쉬었다. 역시나 유럽답게 그늘에 앉아 있으니 이 여름에도 서늘하다.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NDSL을 꺼냈다. 이러려고 유럽에 온게 아닐텐데? 라고 자문해도 역시 할게 없었다.


성에 들어가기 전에 성 주위를 돌아보려고 걷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쪽길로 향하고 있는걸 발견했다. 생각하고 보니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했었지 -_-;; 구름다리였던가… 책에서도 본 것 같은데… 아무튼 거기로 가다가 발견한 멋진 호수.


드디어 구름다리로 왔다. 그리고 왼쪽을 바라본 순간……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거 그림이야?! 사진 따위로는 도저히 표현 안되는 그 당시의 임팩트. 근데… 왜 공사중?


가까이 땡겨서 한방 더. 공사중인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하루를 투자해 여길 온걸 절대 후회하지 않게 했던 멋진 성의 전경.


그렇게 구름다리 위에서 한동안 성을 바라보다가 구름다리 건너편으로 가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건너가 보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구름다리 건너편으로는 건너가지 않았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었다.
건너편으로 가니 등반로같은 것이 있었다. 더 높은 곳에서 성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올라갔다. 그러다 발견한 무덤. 여기 묻힌 사람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겠지.


사실 여긴 너무 위험했다. 무덤 앞이 바로 절벽이었는데 안전시설이 하나도 없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던 구름다리도 내려다 보이는 위치였다. 구름다리에서도 오싹했었는데 여긴 정말 무서웠다.


아까 무덤이 있던 곳 위로도 길이 나 있길래 좀 더 올라와봤다. 성이 내려다 보일 정도로 올라왔으니 꽤 많이 올라온 듯. 뒤로 보이는 풍경도 시원했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했다.


성 입장 시간이 되었기에 다시 성으로 돌아와 성안으로 입장. 역시 멀리서 봤던 것보다는 별로.


성안에서 찍었던 유일한 한장의 사진. 영어가이드가 사진 찍지 말라고 했는데 그 소리 못듣고 한장 찍었다가 바로 주의 먹었음. 어쩐지 다른 사람들이 전혀 사진을 찍고 있지 않기에 이상하기는 했음. 이 벽화 왠지 지브리뮤지엄의 소극장 천장에 있던 것과 느낌이 똑같다.

성 내부는 ‘백조의 성’답게 온통 백조판. 벽은 모조리 벽화로 도배해놔서 눈이 아플 정도였다. 이 성을 만든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를 너무나 좋아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벽화로 옮겨놓았다고 함. 이렇게 멋진 성을 지어놓았지만 루드비히 2세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17년동안이나 지은 이 성에선 겨우 6개월을 살고, 41세의 나이에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행복하지 않았겠지.


성 내부에서 바라본 구름다리.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여길 찍고 여기 서 있는 나는 저쪽을 찍고…


성 관람을 다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러 내려가는 길. 이때부터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가 와서인지 몸살 기운이 느껴졌다.


퓌센역에 도착. 뮌헨행 기차가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대합실에서 앉아있었는데 머리도 아프고 몸살 기운도 있어서 거의 기절해 있었다. 한참 후에 도착한 기차 안에서도 뮌헨에 도착할때까지 기절 상태.

뮌헨역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밤이었으나 아직 저녁도 못먹고 있었기에 도너케밥을 사와 호텔로 왔지만 안그래도 몸이 안 좋아 밥맛도 없는데 도너케밥의 그 맛은 도저히 참아줄 수 없어 몇입 먹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이 날 하루의 끝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